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LG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다수의 정유·화학 업체가 탄소 중립 그린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스토리데이를 통해 향후 사업 방향을 '탄소에서 그린 중심으로' 잡았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준 총괄 사장은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목표로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 SK종합화학을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넷 제로(Net Zero)'를 오는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목표다.
LG화학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시작으로 탄소배출 '0(Zero·제로)'를 목표로 하는 친환경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렛제로(LETZero)' 카드를 꺼내 들었다. 렛제로는 'Let(하게 하다·두다)+ Zero(0)'의 조합어로 '환경에 해로움을 제로로, 탄소배출 순증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신학철 부회장은 최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발표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 부회장은 "전통적 화학 기업에서 신성장 동력이 준비된 과학 기업으로 변모하는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강화된 글로벌 환경규제에 맞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는 탄소중립 그린 성장을 선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정유·화학 업계의 변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다만 탄소 중립 정책 추진 등은 대규모 시설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각 업체의 개별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탄소 중립, 친환경 사업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기업은 없다"라며 "대규모 자금과 기술이 필요한 여건상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중립을 위해 세액공제 확대나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나 최소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도 "미래 동력 산업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급변하는 주변 환경상 바꾸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