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없다"는 '고점 경고'를 반복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사전청약 확대'를 내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조정 가능성은 "단순히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 주요 지표와 외국 사례,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제기한 우려"라며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단 향후 시장 상황, 유동성, 객관적 지표,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를 기울여 진중하게 결정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여러 차례 해온 '고점 경고'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전청약 확대'를 카드로 제시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에만 적용 중인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민영주택, 2·4대책 물량 등에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민간시행자나 토지주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고, 늦어도 다음 달(8월) 중엔 확대 계획을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투기수요와 불법거래 등이 주된 원인이며, 이미 고점에 달해 하락 위험이 있고, 사전청약 확대 등으로 정부가 시장 안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상승세의 원인에 대한 진단 자체가 어긋나 있는 데다, '사전청약 확대'가 시장에 가져다줄 안정 효과 역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세의 요인으로 '기대심리'는 일리가 있지만, '투기수요'는 최근 세금이나 대출 규제 등으로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며, '불법거래'는 그 비중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2일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 지난해 2월 21일부터 1년간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자전거래, 허위신고로 의심되는 거래 1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거래가 80만여 건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적발 수치 자체는 미미한 셈이다.
반복된 '고점 경고' 역시 다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 부족과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정부 정책이고, 기대심리와 불법거래는 곁가지에 불과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충분하니 집값이 대폭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 완화 등 정부가 일찍이 손사래를 친 대책을 제외하고는 단기적 공급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상 중장기적 계획만으로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 역시 "이례적 가격 수준인 건 사실이지만, 고점 여부는 수요자 이탈로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수요층은 오히려 매물 잠김, 매물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매물이 쌓이거나, 미분양 주택이 늘거나 하는 지표들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이 높으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전청약 확대와 대출 규제에 시장 안정 '약효'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진단이다.
고 원장은 "사전청약은 향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진정효과가 있지만, 이를 확대하는 것이 실제 공급 증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 전반적으로 과열된 내집 마련 욕구를 안정화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 역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동성을 완화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한 부분이었고, 이에 따른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오는 데에도 제어가 필요했다"면서도 "소득과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니 이들이 전·월세시장으로 이동하고, 그러면서 기존에 전·월세에 의존하던 주거 취약 계층의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