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우리 언론은 중국발 황사가 밀려온다며 누런 먼지에 휩싸인 베이징 거리 사진을 보여주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황사가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한국인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끼얹었다.
베이징에서 가오티에 고속철로 4시간을 달려 네이멍커우 제2의 도시 바오토우시에 내려 버스로 2시간을 달리면 쿠부치사막에 다다른다. 쿠부치 사막은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사막으로 북아프리카-아라비아반도-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사막지대의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고 네이멍커우 자치구 가운데를 서에서 동으로 길쭉하게 가로지르고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 한가운데 들어서서 모래를 만져 보았다. 완전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모래가 아니라 완전히 가루였다. 거센 바람이 불면 거대한 모래 폭풍이 생길 것은 분명했다. 3월 대규모 황사 때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원래 황사의 주 발원지는 고비 사막이다. 이 사막은 몽골과 중국에 걸쳐 있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사막이다. 남서쪽에서 북동쪽까지 1610km, 북쪽에서 남쪽까지 800km인 고비 사막의 몽골 지역에서 바람이 시작됐다 하더라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통과하면서 쿠부치사막에서도 거대한 황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에 이어서 황사도 중국 탓이라며 비난하는 한국 내 반중정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중국은 단지 황사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는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쿠부치사막에서 본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중국이 사막화 방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국의 민간단체가 거기에 적극 동참해 이룩한 거대한 성과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미래숲은 사막화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해 권병현 3대 주중 대사가 발족시킨 비영리 민간기구다. 2006년부터 쿠부치사막에서 중국과 손잡고 나무심기 운동을 16째 펼치면서 한중협력의 대표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숲이 이 기간 동안 쿠부치사막에 심은 나무는 2천 만 그루에 그 면적은 50㎢에 달한다.
심은 나무는 대략 50%만 사는데 2010년 이전에 나무를 심은 지역에서는 무성한 숲이 형성됐고 사막화로 떠났던 농민들과 동물들이 찾아왔다. 남북으로 긴 녹색장성이 만들어져 사막이 동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패가 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갈수록 아직 심은 지 몇 년 안 되는 나무들이 모래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국의 기업이나 지자체, 자원봉사자들이 성금하고 직접 심은 나무들이었다. 이 나무들도 몇 년 있으면 사막에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16년 전 20대의 한중 양국의 청년이 같이 서로 땀을 닦아주며 심은 나무가 지독한 사막의 기후를 견뎌 아름드리 나무숲이 되었고 내년이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우호의 굳건한 상징이 되고 있다.
미래숲 대표를 맡고 있는 권 전 대사의 아들로 2006년부터 16년째 쿠부치사막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권혁대 중국본부장은 "한중 미래숲 사업에 참여한 한중 양국 청년들이 매년 100여 명씩 10년이 넘었는데 다 합치면 천 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이제 사회 구석구석에서 상대국가에 대한 잘못된 비방을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