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일본과 벨라루스의 8강전.
벨라루스에 세트 스코어 3대5로 패한 일본 선수들은 눈물을 쏟았다. 그 가운데 담담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다독이는 일본 선수가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화한 하야카와 렌(34, 한국명 엄혜련)이다.
하야카와 렌은 "져서 할 말이 없긴 하다. 코로나19로 너무 힘든 상황에서 개최한 올림픽이다. 일본에서 양궁은 인기 종목이 아니다. 개최국이라 관심이 있어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유감"이라면서 "개인전이 남았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이 너무 안 됐다. 내가 잘했어야, 내가 분위기를 끌고 가야 했는데 어깨가 아파서 답답했다"면서 "다들 사이가 좋아서 괜찮다고 달래줬다"고 덧붙였다.
하야카와 렌은 일본 귀화 전 전북체고 졸업 후 실업팀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머니가 정착한 일본으로 귀화했다. 엘리트 선수가 쉽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귀화 후 이름도 하야카와 렌으로 바꿨다. 언니 엄혜랑이 먼저 일본으로 귀화해 하야카와 나미라는 이름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일본 국가대표가 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 한국에서 배운 양궁 실력은 일본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일본 국가대표가 됐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일본 양궁 첫 메달(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지만, 일본에서 양궁 선수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일본 양궁 환경이 열악하다.
하야카와 렌은 "일본은 단체전이 없다. 있어도 실업연맹전 정도인데 팀이 3~4개가 전부다. 대회가 안 된다"면서 "그나마 광주 아시안컵에 출전했는데 출전 국가가 적었다. 한국은 월드컵에 한 번도 안 나오고도 잘한다.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적은 달라졌지만, 한국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특히 안산(20, 광주여대)과 훈련을 같이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하야카와 렌은 "안산과는 몇 년 전부터 광주와 연합 훈련을 해 잘 알고 있다"면서 "너무 멋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활을 쏘는 모습을 보면 박수만 나왔다"고 웃었다.
일본에서 지도자로 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하야카와 렌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하야카와 렌은 "한국은 잘했던 선수들이 다 지도자를 맡는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도자를 하고는 싶은데 일본은 실업팀 개념이 없다.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