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양국이 핵심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일정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일본행을 진지하게 고려해왔지만, 이번 주말까지도 양국이 핵심 의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는 사실상 이번주 주중을 문 대통령의 방일을 결정하는 마지노선으로 삼아왔다. 일본 방문을 위해 의전 등의 실무적인 준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트"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며칠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은 주말까지도 물밑 접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무관중으로 어렵게 개최되는 만큼, 이웃국가인 한국 정상이 직접 방문해 축하해주는 그림을 원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 이미 문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확정된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 것도 일본 내의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성과없이는 방문이 힘들다"는 기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서 '성과'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수출규제조치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한일 관계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의 형식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본 현지 언론은 '15분 정상회담'이 확정됐다며 면담 수준의 약식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도해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이 시간을 두고 한판 기싸움을 벌이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우리측에서 다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면, 1분을 하든 15분을 하든 뭐가 중요하겠느냐"(박수현 국민소통수석,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中)며 일단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회담 내용 만큼이나 문 대통령이 어떻게 대접받는지도 한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정부에서는 끝까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정상회담 내용과 의전 등 모든 면에서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본행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것도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는 물밑 협상을 이어가며 노력한다는 방침이어서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