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의 예약' 개념인 사전청약까지 꺼내든 정부는 계속된 주택가격 상승세에 공급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사전청약 물량의 대다수가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중 특별공급 물량에 집중돼 일반분양 물량이 넉넉지 않은 만큼, 사전청약 이후 오히려 매매시장에 부담이 가해질 위험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량 대다수는 신혼부부희망타운에 신혼‧생애최초 특공 등 중심
국토교통부는 이날 인천계양(1050호)과 남양주진접2(1535호), 성남복정1(1026호), 위례(418호), 의왕청계2(304호) 물량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28일부터 사전청약을 순차적으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전체 물량 4333호 중 대다수는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공급에 치중돼 있다.
신혼희망타운이 1945호(약 44.9%), 공공분양이 2388호(약 55.1%)인 가운데, 공공분양 중에서도 대다수인 85%는 신혼부부(30%), 생애최초(25%, 기혼 또는 유자녀 전제), 다자녀(10%), 노부모 부양(5%), 기타(15%) 등 특별공급에 배정된다.
이미 절반 가까운 물량이 신혼희망타운인 데다 지난해 7‧10 대책 이후 85㎡ 이하 국민주택 유형에서 특별공급 비중이 85%까지 확대된 데 따른 예정된 결과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전청약에서 일반분양 물량은 8%가량에 그친다.
'신혼부부(혼인 기간이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무주택세대 구성원 등)'가 아니면서 '미성년 자녀 3명 이상'을 두지 않고, '노부모 부양' 등도 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문이 좁은 셈이다.
현재는 무주택 세대이더라도 과거 주택을 한 번이라도 취득한 경험이 있는 비(非)신혼 40·50세대 부부나 이러한 여건에 맞는 구석이 없는 '싱글'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10월부터 11월, 12월까지 예정된 올해 전체 사전청약 물량도 마찬가지다. 올해 물량 3만 200호의 절반가량인 1만 4천 호는 신혼희망타운으로, 나머지 절반의 85%는 신혼부부, 생애최초(기혼), 노부모 부양, 다자녀 등 조건에 따른 특별공급 물량이다.
일반분양은 전체의 8%…"시장 수요 충족은 어려울 듯"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올해 사전청약 물량이 3만 200호가 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물량이 신혼부부 등에게 집중된 만큼 40·50세대 등 특혜에서 소외된 이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이번 청약에서 당첨의 벽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늦게라도 매수에 나서자'는 심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신혼부부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계층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 역시 "신혼희망타운의 공급 물량이 비교적 많은 게 아쉬운 점"이라며 "신혼부부보다는 다자녀 무주택 가구 등 상대적인 취약 계층에 공급되는 물량을 늘리는 게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전청약 물량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고, 실제 입주 전까진 당첨자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월세 주택에 살아야 하는 만큼 현재의 상승세에서는 시장 안정 효과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