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음식물쓰레기장 내부고발자)
부산의 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에서 노동자가 3m 높이 저장고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사고 당시의 영상을 보여드릴 텐데요. 자, 이렇게 한 노동자가 삽을 들고 음식물쓰레기를 수거차에서 저장고로, 저장통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갑니다. 바로 밑에 있는 3m 높이의 거대한 음식물 저장통으로 빠진 거죠. 2인 1조 근무였기 때문에 같이 근무하던 노동자가 뛰어왔습니다만 사다리가 없었고요. 결국 크레인을 가지고 와서 구출을 해 보려는데 이 동료마저 중심을 잃고 거기에 빠집니다. 후에 소방관이 도착했지만 먼저 빠진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지금 봐도 너무나 위험천만한 작업장인데 어떻게 저렇게 허술하게 운영이 돼 왔던 건지 그 실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내부고발자 한 분을 익명으로 연결을 해보죠. 저희가 신원보호를 위해서 다른 사안들은 전달하지 않는 건 여러분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와 계십니까?
◆ 동료>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제가 음식물쓰레기가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그 과정을 잘 몰라서요. 각 집마다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음식물을 버리면 그거를 민간업체가 수거를 해 가는 건가요?
◆ 동료> 주택에서 개인적으로 내놓는 거나 아파트에서 내놓는 거나 다 그거를 음식물(쓰레기)장에다가 중간에 수거를 해서 사방에서 그 업체에다가 다시 처리를 하는 그런 과정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런 민간업체들이 지역마다 여러 곳 있군요.
◆ 동료> 그렇죠, 많죠.
◇ 김현정> 많죠. 그렇게 트럭으로 수거해 간, 민간업체로 수거해 간 음식물쓰레기는 지금 화면에 보신 대로 저렇게 큰 통에 모아 담는 거예요.
◆ 동료> 그렇게 모아 담는 데도 있고. 처리하는 과정은 그 업체마다 다르니까 시설이.
◇ 김현정> 큰 저장통에 한 데 모으는 곳도 있고 조금씩 조금씩 처리하는 곳도 있고. 저렇게 다 모아서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나요?
◆ 동료> 그거는 알기로는 가스, 천연가스로 (변환)해서 하는 곳도 있고 거름도 만들기도 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그런데, 정확한 그거는 제가 그것을 근무를 안 하니까 잘 모르겠네요.
◇ 김현정> 거름으로 만드는 곳도 있고 천연가스로 이용하는 곳도 있고. 활용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말씀이세요. 결국 사고는 쓰레기 수거트럭에서 저 거대한 저장고로 음식물을 밀어 넣는 과정에서 발생을 한 거군요.
◆ 동료> 네, 그런데 그 처리를 하는데 밀어 넣는 것은 차 자체에서 안에 스크루가 밀어내는 그런 작업이고. 저 삽으로 하는 것은 작업자가 처리를, 차에서 처리를 하고 잔여물이 남아 있으니까, 그거 처리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보니까.
◇ 김현정> 보통 트럭이 공사장 덤프트럭처럼 들어올려져가지고 음식물을 자동으로 쏟아내는 건데. 그렇죠? 마지막에 남아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삽으로 마저 쓸어담는 과정에서 저분은 중심을 잃은 거군요.
◆ 동료> 네. 그렇네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 화면 보시지만 이게 비스듬히 서서 일을 하다 보니까 자칫하면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이거든요. 지금 보기에도 상당히 위험해 보여요.
◆ 동료>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게다가 그 음식물쓰레기 처리하는 곳의 환경들이 상당히 바닥이 미끄럽다는 게 사실인가요?
◆ 동료> 네. 제가 처리장에 갔을 때에는 바닥이 항상 미끄럽다는 것은 느끼고 있습니다. 차량에 음식물 남아 있는 것을 물로 이렇게 씻거든요. 씻는 과정에서 물기가 내려오는 것도 있고 음식물의 기름기 같은 게, 습기가 또 있다 보니까 바닥이 좀 미끄러워요. 하루에 차가 한두 대만 오는 게 아니고 여러 수십 대가 수집해서 오니까 아무래도 그게 누적이 되다 보니까 미끄럽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저 저장소 말고도, 저 처리장 말고 다른 곳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들 얘기해요?
◆ 동료> 네.
◇ 김현정> 어느 정도나 미끄럽습니까, 그 미끄럽기로 따지자면.
◆ 동료> 그냥 우리가 평상시에 그냥 걸음 걷듯이 그러면 미끄럽죠. 살금살금 조심조심 이렇게 신경을 갖다 쓰고 그래야 될 정도로.
◇ 김현정> 그러면 겨울에 얼음판 걸을 때 그렇게 걷거든요. 그런 정도의 느낌?
◆ 동료> 네.
◇ 김현정> 그냥 이렇게 신경 안 쓰고 걸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는 얘기군요.
◆ 동료> 당연하죠.
◇ 김현정> 그렇군요. 사고를 당한 그분은 저렇게 중심을 잃고 통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통 안에는 높이는 3m였습니다만 통 안에는 음식물이 1m 차 있었다고 그래요. 언뜻 생각하면 아무리 중심을 잃으셨다 하더라도 일어나서 그거를 디디고 나오시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저장통 안에) 상태가 어떻기에 그렇죠?
◆ 동료> 음식물은 그냥 일반 가정에서 볼 때는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니고 그냥 음식물이니까 별 신경 안 쓰이는데, 그게 모이다 보면 더군다나 여름철이다 보니까 물기가 많이 생깁니다, 거기에. 그러다 보면 여러 많은 톤(t) 수가 모이다 보면 늪처럼. (음식물이) 액체면 아예 헤엄을 치든지 할 수 있고 고체면 딛고 나올 수 있지만, 이건 늪처럼 그런 상태입니다. 표현하자면. 그래서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 동료> 그러니까 이게 1m 짜리 늪에 빠졌다고 우리가 상상을 해보면 거기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면 이게 눈으로 코로 입으로 이렇게 뭔가가 음식물이 들어갈 수 있고. 말하자면 진흙이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질식이 1m에서도 가능하다는 얘기군요.
◆ 동료> 그렇죠. 바로 딱 서서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사람이 당황하게 되면 이렇게 되면 이렇게 넘어질 수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아마 그런 상황이 일어난 것 같네요.
◆ 동료> 거기에 사다리라도 있었으면, 그 3m 통에 사다리라도 있었으면 이게 허우적대는 와중에 뭔가를 잡고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지금 그런 것도 없었다는 거예요.
◆ 동료> 그렇죠, 없죠.
◇ 김현정> 보통은 그런 통에 없습니까?
◆ 동료> 네, 없어요.
◇ 김현정> 없어요. 그래서 다른 동료가 보통 2인 1조로 일을 하세요?
◆ 동료> 대체적으로 2인 1조고. 3인 1조 하는 회사도 있긴 있어요. 있는데 그건 드물고 2인 1조가 대부분이죠.
◇ 김현정> 2인 1조가 대부분. 여기도 2인 1조였답니다. 다른 동료분이 이걸 왔습니다만 사다리가 없으니까 이분도 바로 내려갈 수가 없었고. 결국 근처에 있던 어떤 크레인인가요. 뭘 가지고 오셔서, 도구를 가지고 오셔서 이분이 그거로 이분을 빼내려다 구조하려다가 이분도 중심을 잃고 빠집니다. 이분도 결국 중태상태로 치료를 받고 계시는데요. 이분은 지금 정확한 사인이 질식사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질식사가 음식물에 의한 질식사인지 아니면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온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중태에 빠진 동료의 경우는 음식물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의식을 잃었다고 해요. 결국은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 유독가스, 이게 한 원인이 됐던 거고. 또 한편으로는 늪처럼 빠진 곳에서 질식을 한 건데, 평소에 느끼기에 악취는 어느 정도나 지독합니까?
◆ 동료> 처음에는 이렇게 악취가 조금 역겨울 정도로 과하다 해도 그게 만성이 되면 어느 정도 감안하잖아요. 그렇죠? 그런 수준인데, 너무 심하고 숨도 못 쉴 정도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 김현정> 아닌 것 같고. 이분은 이제 통에 빠졌기 때문에.
◆ 동료> 그렇죠.
◇ 김현정> 상황이 달랐던 거군요. 지금 중심을 잃고 쓰러져서 돌아가신 그 노동자의 경우는 50대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직원었다고 그럽니다.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선생님도 평소에 이 일 하시면서 사고의 위협을 느끼셨던 적, 이거 아찔하다. 이게 사고가 한 번 벌어지면 큰 사고가 벌어지겠구나 느끼셨던 적 있으십니까?
◆ 동료> 그거야 생각을 다 그런 생각을 하겠죠. 거기가. 우리 밑에가 저장고가 넓고 크고 그러니까 바닥도 미끄럽지. 그러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히 들죠. 그렇게 평상시에 조심을 해야 되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그 회사에다가 좀 안전장치를 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까?
◆ 동료> 우리는 중간에 수거해서 처리하는 업체에 종사하는 직원이고. 그쪽에는 또 음식물을 처리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보니까 우리가 그 환경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하기에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일이 그러니까 다 분업이 돼 있군요.
◆ 동료> 네.
◇ 김현정> 그 음식물을 수거해서 나르는 데까지만 하는 업체가 있고 하청업체가 있는 거고. 또 거기서 그거를 다 모아서 저장한 음식물을 저장해서 그걸 어떻게 또 활용하는 업체가 따로 있는 거고. 다 분업이 돼 있는 거예요.
◆ 동료>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말하자면 안전의 사각지대였던 거네요. 여기에서 여기로 연결하는 그 과정에서 지금 돌아가신 거니까. 안타깝게도 그러네요. 이번 사고 보면서 동료들끼리는 뭐라고 얘기하세요?
◆ 동료> 안됐다, 그랬죠.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작업을 하고 그렇게 해야 되는데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니까 동료들도 다 안됐다고, 구명 튜브라나? 밧줄 같은 거 그런 게 비치가 돼 있었으면 그 상황에서 그런 거라도 던져줬으면 그걸 잡고 안 버텼겠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 김현정> 이게 여러분, 처음 있었던 사고가 아닙니다. 지난 5월에도 똑같은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그때도 돌아가셨어요. 노동자가. 이렇게 크게 이슈가 안 됐을 뿐이죠. 이번에도 이런 사고 또 일어났구나. 또 한 명이 안타깝게 숨졌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사다리라도, 하다못해 구명튜브라도, 하다못해 밧줄이라도 뭔가 안전장치를 놔야 된다. 뭔가 안전에 대한 보완책,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오늘 인터뷰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동료>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부산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에서 발생한 이 노동자 사망사고.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의 증언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