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는 공직자일까? 공무수탁 사인일까?
권익위가 '특검 신분'에 대한 유권해석을 처음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가짜 수산업자의 전방위 선물 공세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이하 특검)로까지 불똥이 튀어서다. 경찰은 박 전 특검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하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권익위원회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렌트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박 전 특검이 공직자 신분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달라고 해석을 구한데 따른 조치다. 권익위는 일단 내부 검토 결과 박 전 특검을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달 초 수사대 등이 특검 신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이를 공식 확인하는 건 처음이어서 외부인사 자문을 요청했다"면서 "13일까지 최종적으로 전문가 자문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자문단에는 교수, 연구기관 관계자, 언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에선 '공직자'를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 훈련 ·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으로 규정한다. 공직자는 직무관련성과 상관 없이 같은 사람에게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 받는다. 한편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 22조에는 특검이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을 어겼을 때는 신분을 '공무원'으로 보고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특검법 상의 '공무원' 신분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지를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권익위에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박 전 특검 측은 권익위에 특검이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탁 사인'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공무수탁 사인은 독자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해 특정 행정 임무를 자신의 이름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탁받은 사람이다. 이를테면 A라는 기자가 본래 업무가 있는데 정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위원회 심사위원이라는 업무를 시켰을 때 이 업무를 공무 위탁 사안이라고 보는 셈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검은 겸직을 금지했고, 해임도 대통령이 직접할 뿐더러 처벌에 있어 공무원 의제를 받고 있으니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무수탁 사인은 아니다"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법이 끝날때까지 특별검사로서 직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간이 있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승 연구위원은 "부정청탁법에 적용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가짜수산업자와 특검은 별개의 업무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뇌물죄 성립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법 전문인 정선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우는 "공무수탁 사인은 공·행정 사무를 위탁 받아 자신의 일처럼 겸직을 하는 건데 그 개념에는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다"면서 "다만 청탁금지법 관련 공무수행 사인으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특검의 신분을 청탁금지법 11조 (공무수행사인의 공무수행과 관련된 행위 제한 등) 3항,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민간 부문에서 공공기관에 파견 나온 사람으로 해석했다. 특검을 '공무수행 사인'으로 볼 경우에도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법 22조가 지나치게 특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하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법 22조는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이라고 범위를 불분명하게 규정해놨다"면서 "특히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등의 경우 이 사람이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서 금품이나 선물을 제공하면 언젠가 이 사람의 권한으로 자신이 이득을 얻을 것을 전제로 하는 상황인데, 특검은 국정농단 사건이 끝나면 사실상 공직자로서 권한이 모두 사라져 기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공직자로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권익위가 특검의 신분을 청탁금지법이 규정한 공직자로 규정한다고 해도 실제 법정에선 변호인들이 특검법 22조의 위헌성을 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