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전날 송 대표와 만찬 회동에서 원내 인사들과 사전 상의 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여야 대표의 회동이 끝난 후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상을 더 두텁게 지원하자는 조건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잠정 합의했다고 양당 대변인은 밝혔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주장했던 소상공인 지원 확대안을 관철하는 대신 현재 여당이 구상 중인 '하위 80%'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국민(100%)으로 확대하는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보수정당이 추구하는 이른바 '선별 복지' 기조와 다소 결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딜(DEAL)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했지만, 합의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초선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고, 유승민계로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조해진 의원도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추경 예산안의 증액이 없다는 전제 하에 소상공인 보상범위를 넓힌 후 남은 재원을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쓸 수 있다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이 해명했지만 여진은 지속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별도로 현안 관련 질의응답 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론은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소비 진작성 지원 최소화'이기에 2가지 당론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송 대표가 재난지원금에 대해 하위 80%를 선별하는 비용이 문제라서 100% 지급이 어떠냐고 해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단 식으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협상 내용과 별개로 원내 지도부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예산 편성에 대해선 국회가 고유 권한을 갖고 있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원외 당대표가 나서 추경에 대한 협상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와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표가) 합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라서 그 부분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은 종전과 같은 입장으로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 자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안을 무효화 시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전날 양당 대변인이 "7가지 사항에 합의했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식시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지금까진 개인기에 의존하며 취임 한 달을 돌파했지만, 향후 '이준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 논쟁에 뛰어든 직후 논란이 확산되자 '작은 정부론'으로 선회했지만, 당내에선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내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부처 개편 문제나 재난지원금 등은 차기 대선후보들이 결국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영역인데 당 대표가 너무 치고 나간 것 같다"고 했고, 수도권 초선의원도 "이 대표가 평론가 시절과 달리 당 대표의 말은 파장이 크단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