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유산으로 올린 '군함도'(하시마·端島)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역사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의 조사로 재차 확인되자, 일본내 일부 극우 성향 세력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야마다 히로시 자민당 참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산케이 신문의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위안부 문제는 요시다 세이지의 거짓말로부터, 군함도는 강제노동의 거짓말로부터 시작됐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야마다 의원이 언급한 요시다 세이지는 본인의 저서를 통해 "전쟁 중 위안부로 삼기 위해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무리하게 연행했다"고 증언한 인물. 이에 야마다 의원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줄곧 제기한 바 있다. 군함도와 관련해서는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날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지 누리꾼도 국제기구 조사에 반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유네스코를 탈퇴해라", "지금 흐지부지하면 위안부의 전철을 밟는다" 등의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6월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관해 군함도 등의 자료를 전시한 시설을 시찰한 결과,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일본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총 60쪽인 해당 보고서는 1910년 이후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전체 역사'란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한국인 강제노역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또한 이 정보센터가 산업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가 없는 등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진행되는 제44차 세계유산위에 상정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도 이날 공개됐다.
결정문에는 일본이 2018년 6월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strongly regrets)이란 표현과 함께 일본의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유네스코가 '강한 유감'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징용 피해자를 기억하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곳을 포함한 23개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공개된 일본의 해석전략 이행보고서 등을 보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의 권고를 일본이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