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준비위원회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1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당헌‧당규에 없기 때문에 컷오프 방식을 활용해 사실상 결선투표제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제는 다수의 후보들 중에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2위 후보자들만 추려 최종 양자대결을 벌이는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대선후보 결선투표제가 없다.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만 결선투표를 진행했고 그 이후 지난 2017년 대선 경선까진 다수 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경선에 도입할 경우, 이준석 대표가 앞서 밝힌 4인 컷오프에서 한 차례 더 컷오프를 진행해 최종 2인이 대결하는 구도로 진행된다.
경준위는 범야권 대선후보들이 10여명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표심 분산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경선 흥행을 위해 결선투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장외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이 잠룡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현역 중에선 홍준표‧김태호‧박진‧하태경‧윤희숙 의원이, 원외에선 황교안 전 대표와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거나 준비 중이다. 두세 차례 걸친 컷오프 과정을 통해 유력 후보들을 압축하고 최종 결선을 통해 역동성을 높여 흥행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당내 논의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특정 주자를 겨냥해 의도를 갖고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의 첫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친윤계'로 꼽히는 한 중진의원은 "지금 논의가 나왔다고 해도 경준위 마음대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전 원장 등 대체재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런 움직임이 사실상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 견제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선투표제 등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는 제도의 논의 자체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 수준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결선투표제가 일단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건 맞다"면서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단 점에서 일종의 입당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무리했다. 윤 전 총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공정과 상식이 바로선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며 전날 경실련 김헌동 부동산정책본부장과 회동에 이어 이날 용산구 소재 한 식당 주인과 만나 자영업자 애로사항을 듣는 등 민심탐방을 진행했다. 유 전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직후 "누가 미워서 누구를 찍는 선거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