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국가의 정상으로서, 또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는 기회란 점에서 문 대통령이 결국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참석을 두고 보이는 일본의 태도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일이 무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양국이 물밑 신경전, 이른바 '눈치 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들의 문 대통령 방일 확정 보도에 청와대는 9일에도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방일을 사이에 둔 양국의 눈치 게임은 일본의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비판이 청와대 내에서 강하다.
일본은 뚜렷한 초청의사나 실무협의 의지를 밝히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일 관련 보도가 매일 같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일본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불만도 흐른다. 박수현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MBC 라디오에 나와 "외교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품격있는 외교에 임해달라"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문 대통령의 개막식을 참석해 스가 총리와 인사는 나눌 수 있지만, 정상회담이나 약식 회동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먼저 들고 오지 않는 이상 만남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온다면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것도 '정중한 인사'를 뜻할 뿐이란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국내적 비판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관계 개선의 의지가 강한 만큼 결국 참석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시간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개막식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방일을 두고 양측의 물밑 외교전과 여론전이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8일 도쿄 지역의 감염 재확산에 대응해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6주간 긴급사태를 발효하기로 했다. 4번째 긴급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