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주자들까지 '점령군' 발언을 문제 삼아 일제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선두주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 여권 1위 이재명 지사 집중 견제
지난 3일 밤 KBS의 주관으로 진행된 민주당예비경선 후보 1차 토론회는 말 그대로 이 지사를 향한 '검증의 장'이었다.
다른 후보들은 초장부터 이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기본소득론을 두고 견제구를 쏟아냈다.
박용진 의원도 "1번 공약이 아니라고 해서 귀를 의심했다. 2017년 선거 때 이재용 사면은 안 된다고 다른 후보들을 압박했는데 지금은 슬쩍 발을 뺐다. 또 집값 잡자고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자더니 얼마 전에는 별장도 생필품이라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며 말 바꾸기가 계속된다고 지적에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기본소득에 관해서 말씀이 굉장히 현란하다. 차제에 정리해 폐기하면 어떻겠느냐"고 공격한 후 "경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본인과 다른 의원들을 약장수라고 했다"며 이 지사가 불안한 후보라는 논리를 펼쳤다.
"기본소득을 '꾸준히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대단한 단견이다. 기본소득은 부의 집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좋은 발제로 어떻게 숙성시키느냐가 문제"라며 이 지사를 옹호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나, "기본소득의 전면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청년, 소멸위기 지역에 대해 시범실시를 하자는 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이광재 의원과 같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질문이 집중된 탓에 이 지사는 토론 시간 대다수를 답변하는데 할애하면서 자신의 콘텐츠를 제대로 내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이 의원이 "이 지사가 당하시는 것 같으니 5초만 드리겠다", "제 시간을 20초 정도 드리겠다"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빚어졌다.
이 지사는 다음날인 4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민주당 국민면접을 통해 제대로 답할 시간이 없었을 뿐 기본소득 시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시간차 반박에 나섰다.
그는 "해방 후 한 번도 제대로 못하던 계곡정비도 시작할 때는 불가능하다고 말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어제는 다른 분들이 질문을 많이 하셔서 질문할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 후보 숫자가 줄어드는 본선에서는 1대1 토론에 가까워져 충분한 논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 이재명 지사 '미 점령군' 발언에 맹공
이 지사에 대한 견제는 야권에서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자신의 고향 안동을 찾아 발언한 '미 점령군' 발언이 기화가 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반미, 반일 몰표로 표를 얻으려는 계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한민국을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이 만든 지배체제로 더렵혀진 나라로 얘기한 것",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미 군정의 미군과 오늘날 주한미군은 다르다'는 엽기적인 사실 날조"라며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윤석열 VS 이재명, 첫 공개 충돌
4일에는 이제껏 이 지사를 견제한 적이 없었던 야권 잠룡 윤석열 전 검찰총장마저 비난전에 가세했다.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은 친일세력들과 미 점령군의 합작품으로 탄생했다'는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며 "셀프 역사 왜곡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특히 친일 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장께서 입당하실 국민의힘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되받아쳤다.
이런가운데 이 지사 측은 이같은 여야 구분 없는 견제가 1등 주자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적인 일이라며 보다 정교한 논리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대응해 나갈 뜻을 밝혔다.
기본소득을 제1 공약이 아니라고 말한 점, 해방 직후의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점 등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고 비판의 지점이 되기 쉬운 내용인 만큼 보다 메시지를 보다 꼼꼼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다만 민주당의 경우 아직 예비경선 국면이고, 야권 주자들과의 신경전 또한 대선 레이스 초기인 만큼 선두주자 다운 여유로움을 찾는다면 이번 논란들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견제가 더 심해지겠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물론 내년 대선까지는 긴 시간이 남은 만큼 예비경선을 훈련하는 과정으로 보고 논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각종 견제에 하나하나 대응하기보다는 당내 후보들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지지율 하락 없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