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29일 군 장병들에게 행정안전부가 만든 정식 앱이 아닌 별도 앱을 통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상시 기록하게 지시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진정인인 해병대 모 사단장에게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해당사례 전파 및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앞서 해병대 한 사단의 모 대대 소속인 상근예비역 A씨는 사단장인 B 중대장으로부터 올 1월 '구글지도 앱'(구글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단 지침으로 지정된 앱은 행안부가 만든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안전보호 앱)이었음에도 이와 다른 앱을 깔라고 명령한 것이다. A씨는 "위치추적을 위해 퇴근 이후에도 GPS를 항상 켜고 있도록 해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B 중대장은 A씨가 아닌 다른 상근예비역이 지난해 말부터 올 1월 사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는다며 2차례 출근을 하지 않았는데 이후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허위보고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안전보호 앱만으로는 상근예비역들의 위치·동선 파악이 어려웠다"며 "구글 앱 설치 등과 관련해선 상근예비역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단의 근무행정과는 인권위 조사에서 올 초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른 사단부대관리 지침'을 전달하면서 PCR 검사를 받은 사람에 한해 안전보호 앱으로 통제하라고 지시했을 뿐, 구글 앱 관련 지침을 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는 지난해 4월 'COVID-19 인권보호지침'에서 보건 모니터링은 기간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하며 개인 감시와 접촉자에 대한 추적조사 및 이동동선 기록은 엄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같은 해 5월 '시민공간 COVID-19'에서도 개인의 감시, 접촉자 추적조사 및 개인의 이동경로 추적은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상근예비역 1명의 허위보고가 밝혀진 뒤 B 중대장이 해당부대 상근예비역 10명 전원에게 이들이 보유한 스마트폰의 GPS와 구글 앱 위치서비스를 항상 켜고 있을 것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심지어 B 중대장은 관련 개인정보의 보유·이용기간에 대해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B 중대장의 지시가 사단 자체지침과 관계없이 임의로 이뤄졌음을 짚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상근예비역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들이 중대장인 피진정인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피진정부대 상근예비역들은 피진정인의 구글 앱 관련지시가 사단지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 진술한 반면 사단에서 하달한 부대관리 지침에는 PCR 검사 후 안전보호 앱을 통해 관리하란 내용만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진정인의 지시가 PCR 검사 관련 허위보고를 인지한 시점에서 이뤄졌고 지시 내용도 상급부대 하달지침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단 점을 감안하면 피진정인의 행위는 온전히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보건 모니터링으로서의 조치라기보다는 부대원의 허위보고에 따른 지휘관으로서 다소간 감정적 조치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설령 순수한 감염병 예방 목적이었다 해도 해당 병사들의 인적사항, 이동거리 등은 상급부대 지침인 안전보호 앱만으로도 충분히 달성이 가능했다며 B 중대장이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했다고도 판단했다.
아울러 "보건 모니터링을 위한 개인의 이동동선 기록 및 추적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하고 감시조치는 최소한의 개입수단이어야 한다"며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B 중대장이 실제로 상근예비역들의 위치정보 기록을 확인한 사실은 없다는 점을 감안해 그의 상관인 여단장에게 주의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