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에 주안점을 뒀다"며 "공정하고 균형있는 인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선 "권력수사 폭파 인사"라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원전·김학의·기획사정' 사건 수사팀장 전원교체
법무부는 이날 고검검사급 검사 652명, 일반검사 10명 등 66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 내용을 발표했다. 차장‧부장급 검사의 자리를 거의 다 바꿨다고 볼 수 있는 역대급 규모의 중간 간부 인사다.
이와 맞물려 검찰 내 주요 권력 수사를 이끌던 부장검사들은 모두 교체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맡고 있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간다. 그 지휘라인에 있는 차장검사들도 모두 물갈이 됐다. 반면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규원 대전지검 검사는 부부장으로 승진해 공정거래위원회 파견직을 유지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팀의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지휘라인인 박지영 대전지검 차장 역시 춘천지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 관련 이상직 의원을 구속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피고인인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아왔던 신종곤 서울남부지검 특별공판팀장이 창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전보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윗선 규명'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주민철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 자리에 배치됐다.
이번 인사에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검찰개혁 기조'에 발맞추며 조직 비판을 이어온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반면 현 정부 기조에 쓴 소리를 이어온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한직인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으로 전보됐다.
법무부에서 장관을 보좌해 온 인사들의 약진도 뚜렷했다. 박철우 대변인은 중앙지검 2차장, 김태훈 검찰과장은 중앙지검 4차장을 맡게 됐고, 추미애 전 장관 때 정책기획단장을 지냈던 진재선 서산지청장이 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동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실무를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성남지청장 자리에 올랐다.
반면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대부분 한직을 유지했다. 윤 전 총장이 중앙지검장일 때 차장검사진을 맡아 조국 사건‧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중요 수사를 이끌었던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은 모두 고검으로 밀려났다. 신자용 지청장과 신봉수 지청장은 각각 서울고검 송무부장, 서울고검 검사직책을 맡아 이성윤 고검장과 한지붕 아래에 있게 됐다. 조국 수사 이후 대구지검과 통영지청으로 좌천됐던 고형곤, 강백신 부장검사는 각각 포항지청장과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을 맡는다.
법무부는 "전면 인사를 통해 인적쇄신을 이루고 조직에 활력을 부여하고자 했다"며 "전문성과 능력, 그간의 성과 등을 두루 고려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도록 우수한 인재를 균형있게 배치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권력수사팀은 폭파하고, 여권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쓰겠다는 기조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