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포기', 재개발은 '혹시'…빌라에 눈 돌리는 시장

아파트값 고공행진에 좌절한 심리, 개발 호재 맞은 빌라로 이동 분위기
서울 빌라 거래↑…"가격 하방경직성 강하지 않아" 경계 목소리도

연합뉴스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빌라'로 쏠리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한편, 곳곳에서 공공‧민간 정비사업이 물꼬 트기에 나선 분위기에서 매수 심리가 옮겨붙는 모양새다.

◇서울 곳곳서 꿈틀대는 '개발' 무드…"아파트값 오른 김에" 빌라 관심↑

연립‧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지난 23일 국토부가 발표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3차 후보지 중 하나인 홍제동 고은산 서측 저층주거지와도 멀지 않은 이곳에서는 최근까지 빌라 거래가 잇따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이 동네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계약 건은 올해 들어 1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건) 대비 27%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대문구 전체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지난해 1286건에서 올해 731건으로 43%가량 줄어든 것과는 대비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계속된 가운데 매수심리가 빌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A씨는 "서울 내에서 입지가 좋은 이곳은 4년 전 분양된, 정비사업지와도 거리가 먼 빌라가 1억 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아파트값이 감당 못 할 만큼 오르니 자연스럽게 빌라를 찾는 수요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곳곳의 '개발 무드' 역시 빌라에 관심을 모으는 주요 원인이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민간 방식으로 주민 동의서 접수를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지는 이미 집주인들이 매물을 쏙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근의 또 다른 구역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신축빌라가 다수 들어서 전개가 '아슬아슬'한데도 거래가 심심찮게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위치가 좋으니 값비싼 아파트 대신 사는 자체에 만족하거나, 개발 기대에 '베팅'을 하는 것 둘 중 하나 아니겠냐"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에도 "매물만 있으면" 매수 심리↑…경계 목소리도

서울 동대문구 용두1-6의 한 빌라. 주변에는 앞서 정비사업을 추진한 구역의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김명지 기자
개발 기대감을 탄 빌라 매수 관심은 공공재개발이 진행 중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도 예외가 아니다.

국토부의 공공재개발 선도사업 후보지 중 하나인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역시 올해 들어 매수 문의가 다수 들어온 곳이다.

이 지구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준비위를 통해서도 다수의 '물건 나온 게 있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개발이 진척되는 상황에 노령층이 많은 구역 특성까지 더해 매물 자체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근 업계에 따르면, 이곳 구역에 포함된 1987년도에 준공된 빌라는 1층 매물 두 개가 최근 6억 2천만 원에 팔려나갔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 8월과 11월 4억 1~3천만 원에 실거래가 있었던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국토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발표한 뒤 이레 만에 이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매수자는 토지거래 허가를 기다리고, 곧바로 자기거주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없어서 못 산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건은 이번 달 24일까지 1949건에 달해 6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 건수를 앞서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빌라 특성상 향후 다시 팔기가 곤란해질 수 있고, 가격 하방경직성이 아파트에 비할 수 없이 약하다"며 "특히 개발 호재를 얻어 값이 오른 빌라의 경우 개발이 좌초되면 가격이 크게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 실거주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면 매입을 권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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