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집권여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얼굴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요.
'도대체 이게 머선129(무슨 일이고)…' 이렇게 묻는 분들을 위해 오늘 정알못 뉴스 아이템은 경선 연기론으로 잡았습니다.
◇'예선·본선·결선 180일 전에 끝내라'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통령 선거 후보 정하는 경선을 예선부터 본선, 결선까지 3단계로 나눴습니다.
먼저 출마자가 7명이 넘으면 예선에서 여론조사 통해 6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탈락시킵니다.
본선에서는 당원, 그리고 모집된 선거인단이 1인 1표를 행사하는데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한 방에 끝내고 안 나오면 1, 2등을 다시 결선에서 맞붙입니다.
이런 과정을 오는 9월 10일까지는 모두 끝내야 한다네요. 대선이 내년 3월 9일인데 그로부터 180일 전까지는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당헌 88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대표 '특별당규'까지 만들었지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른바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하면 바꿀 수 있다고 역시 당헌에 써 있거든요. 당무위는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주요 직책을 맡은 100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럼,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는 어땠을까요.
더불어민주당이 전신 민주통합당이던 2012년, 경선 일정을 100일 뒤로 미뤘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석패했었죠.
반면 4년 뒤 2016년에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당내 압도적 1위였던 문재인 후보는 경선은 물론 탄핵으로 급하게 치러진 대선에서 상대인 홍준표 후보를 눌렀습니다.
그 뒤 민주당은 잡음을 막기 위해 '특별당규'까지 별도로 만들어 180일 전 경선 방침을 못 박았습니다. 지난해 8월 이해찬 전 대표 주도로 당헌에 있던 원칙을 구체화한 겁니다.
이렇게 일찍 확정하면 관심과 권한을 후보에게 빨리 넘겨줄 수 있고 선거 후 혹시 모를 내분도 막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검증대에 오래 세워두는 게 국민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하면서요.
◇반전 꾀하는 친문…이재명계와 일촉즉발
상대인 국민의힘은 당헌상 120일 전, 즉 11월 9일까지 경선을 벌일 텐데 그보다 먼저 후보를 정해놓고 기다리면 흥행에 불리할 거라는 주장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빨라지고 있으니 조금만 미루면 마스크 벗고 체육관 돌면서 정상적인 선거 치를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의견도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전략적 요소보다는 당내 주자 간 유불리 계산이 더 크게 부각되는 모양새입니다.
당내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9월 경선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추격을 꾀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쪽에서 11월 경선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미루면 미룰수록 반전의 계기가 몇 차례 더 찾아올 수 있겠죠. 그걸 걱정하는 쪽과 또 기대하는 쪽의 갈등이 일촉즉발, 커지고 있습니다.
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계파가 세력을 모을 만한 후보를 딱 찾지 못하고 흩어진 상태에서 일단 '눈엣가시'인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고자 포위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당무위 열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현재로서는 연기 요구가 수용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의원 60여 명이 툭 까놓고 얘기 좀 해보자고 제안해서 의원 전체가 모이는 총회까지 열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원 간 합의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결정 권한이 있는 당무위를 송영길 대표가 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일 테죠. 송 대표는 이재명 지사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이 모두 동의해야만 연기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찌 되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결판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함께 지켜봐야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집권여당이 이렇게 권력 쟁투, 계파 갈등만 노출하고 있는데 국가 비전이나 정책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겁니까.
내로남불 반성하고 민생 챙긴다 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