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한 풋살장에서 중학생 A군이 숨진 것은 지난 2019년 7월. 당시 A군은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앞두고 골대에서 몸을 풀다가 넘어진 골대에 머리를 다쳐 숨졌다.
사고를 수사한 경찰은 당시 넘어진 골대에 이른바 '앵카 플레이트'로 불리는 고정 장치가 모두 빠진 것을 확인했다.
또 넘어진 골대가 애초 설계 도면 규격보다 작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뢰를 통해 이 골대가 설계 도면 규격에 비해 쉽게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설치 해운대구 소속 공무원 2명을 비롯한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골대를 고정하는 앵카 플레이트가 빠져 있고, 설계 도면과 다른 규격의 골대가 설치된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만 사고 경위와 인과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과 설치업자의 이런 행동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체육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해운대구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사고가 난 풋살장은 우수저류시설 상부 공원 조성 공사 일환으로 2018년 설치한 뒤 다음 해 1월 담당 부서로 관리 업무가 이관됐다.
하지만,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해운대구는 관리 업무를 이관하며 풋살장에 설치한 골대가 고정식인지, 비고정식인지조차 인수인계 하지 않았다.
관리 부서는 업무를 이관받은 뒤에도 골대가 바닥에 고정돼 있는지 등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결국 풋살장 운영 6개월 만에 중학생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또 준공 과정에서 골대 규격 적정성이나, 애초 비고정식으로 계획했던 골대를 바닥에 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해운대구의 체육 시설 설치와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고를 당한 A군 유가족 역시 해운대구가 현장 안전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거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A군 유가족은 "해운대구가 사고가 난 골대를 직접 찾아가 한 번이라도 흔들어보고 안전을 확인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이런 정황이 드러나 가족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운대구는 2년 전 경찰 조사에서 모두 진술했다며 입장 확인을 거부했다.
풋살장 관리 업무를 맡았던 해운대구 공무원 B씨는 "사고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전부 진술했다"라며 "2년 전 일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풋살 골대 규격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전국 공통 규격을 납품받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풋살장 조성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 C씨는 "풋살장에 설치한 골대는 전국 공통 규격으로, 풋살 연맹 확인까지 거친 것"이라며 "설계도면은 전반적인 설계서의 한 부분이고, 도면이 잘못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성품인 골대를 도면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