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부사관 성추행 사건 허위보고 지시"

국방부 보고 당시 '성추행 피해자' 삭제 지시 의혹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허위보고죄로 입건 수사해야"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은폐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임민정 수습기자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의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제보자를 통해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벌어진 이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에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국방부에 허위보고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당초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실무자는 이 중사의 사망 다음 날인 5월 23일 국방부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기재했다. 하지만 군사경찰단장이 이 실무자에게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4차례에 걸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5월 23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국방부조사본부에 성추행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단순 사망 사건으로 보고했다. 5월 25일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도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단순 사망 사건이라고 보고를 받았다.

센터는 "국방부에 허위보고까지 감행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공군 수사 지휘라인은 사건을 공군본부 내에서 적당히 처리하고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국방부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군 군사경찰단이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신병 처리 방향을 불구속으로 일찌감치 확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에 따르면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피해 조사가 처음 이뤄진 건 3월 5일이다. 그런데 사흘 뒤인 3월 8일 제20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은 가해자는 만나보지도 않고 '불구속 의견'이 기재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

센터는 "이번 사건의 경우 진술서만 보더라도 성범죄 사안이 경미하지 않다. 긴급체포해서 48시간 안에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한 뒤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다"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는데도 불구속 의견을 올렸다는 건 준위급인 수사계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격적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사건 가이드라인을 짜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그럼에도 지금 국방부조사본부는 20비 수사계장이 직무유기를 했다며 정식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센터는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군사경찰단장이 어떤 이유로 국방부에 허위보고를 한 것인지, 이러한 허위보고의 과정에 연루된 이들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군사경찰단장을 즉시 군형법 제38조인 허위보고죄로 입건해 구속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 라인을 전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안에서 선임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를 소속 부대에 보고했으나 상관들은 합의를 종용하고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중사는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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