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 엄태준 (이천시장)
앞서 전해 드린 대로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다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 그 현장에서 인명 수색을 하러 들어갔다가 숨진 소방관이 있죠. 바로 고 김동식 구조대장입니다. 다섯 명의 소방관이 함께 들어갔지만 김 대장만 나오지를 못했습니다. 동료 소방관들은 김 대장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 동료 소방관 1> 후배 직원들한테도 안전에 대해서 항상 강조하시면서 뒤를 봐주시는 그런 좀 든든한 대장님이셨고요.
★ 동료 소방관 2> 차분하게 침착하게 활동했던 선배였고 잘 보낼 수 있게 많이 기도해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현정> 마음이 아프죠. 고 김동식 대장이 발견된 곳은 입구에서 겨우 50m 떨어진 곳이었다는데 왜 빨리 구조되지 못했는지, 또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물류센터 화재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지 이 시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천 소방서 박수종 과장을 연결해서 그 구조 현장의 상황을 전해 듣죠. 과장님 나와 계십니까?
◆ 박수종> 네,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 박수종입니다.
◇ 김현정> 고생 많으십니다. 이제 (화재) 4일째 아침인데 아직도 불길이 다 꺼진 건 아니라면서요.
◆ 박수종>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불길 자체는 다 꺼진 거라고 보면 되겠고요.
◇ 김현정> 불길은 잡혔는데.
◆ 박수종> 네, 이제 그 안에 적재물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안에 갇힌 불씨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다 해치면서 꺼야 되니까 그런 게 시간이 조금 지연되고 있는데 실제로 불은 거의 꺼졌다고 보셔도 무방할 겁니다.
◇ 김현정> 쌓여 있는 것을 들추면 거기서 또 불길이 화르륵 이렇게 피어나는 그런 느낌.
◆ 박수종> 네, 조금씩 안에 묻힌 불씨들. 이거를 해치면서 완전히 꺼야 되니까 제가 예상하기에는 오늘, 내일 정도면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네, 고 김동식 대장, 초기 진화가 된 상태에서 잔불정리 겸 인명수색을 하러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변을 당한 거라고 하던데.
◆ 박수종> 네, 맞습니다. 건물 내부에 선반, 적재물이 상당히 3단 높이로 층고가 10m 정도 되니까 그 쌓여 있던 것들이 무너져 내린 거죠. 그게 막 뒤섞이면서 갑자기 불길도 일어나고 화재도 확산되고 연기가 막 노연이 밀려오니까 탈출들을 한 거죠. 탈출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장님이 인솔해 들어갔던 경기도 광주 구조대원 5명, 그 중에 한 명이 약간 탈진 상태를 보이니까 부축해서 앞서서 내보내고 대장님이 따라 나오다가 그 안에 내부 장애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나오다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지체가 돼서 고립이 됐다고 추측을 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초기 진화가 완료됐다고 해서 그게 다 끝난 상황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황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
◆ 박수종> 네, 이게 겉으로는 꺼진 것 같은데 어떤 요인에 의해서 이게 탁 저기 되면 순식간에 (불길이) 다시 일어나거든요. 그리고 특히 용접 불똥 같은 경우에는 용접 불똥이 튀면 눈으로 육안으로 모르고 있다가 그 불똥이 떨어져 있잖아요. 그 다음날 다시 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불똥이라는 게 불씨라는 게 그렇게 무섭군요.
◆ 박수종> 네, 그리고 어떤 순간적인 요인에 무려 생각한 것보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흔한 경웁니다, 사실은.
◇ 김현정> 그렇군요. 그 앞에 나오신 네 분은 뒤를 돌아보고 어쩌고 할 그런 여유도 없으셨겠어요.
◆ 박수종> 네, 지휘자들이 먼저 들어가서 뒤에서 봐주면서 나오거든요. 나오고 나니까 아는 거죠. 앞서 나갔으니까.
◇ 김현정> ‘없구나, 안 오셨구나. 어딘가 고립되셨구나!’
◆ 박수종> 네. 나오자마자 금방 알게 되거든요. 정신 차리자마자 조금 있으면. 그때부터 동료들은 트라우마 상태로 들어가는 겁니다.
◇ 김현정> 김 대장님 발견 위치가 입구에서 한 50m더라고요. 그럼 언뜻 생각하면 ‘들어가서 어떻게 구조해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실 수 있습니다마는 그 상황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라면서요.
◆ 박수종> 네. 첫째로 화재가 굉장히 다시 거세지니까 저희가 접근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건물이 붕괴되면 제2차 사고가 날 우려가 있으니까 밖에서 돌아보면 어떻게 된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될 방법도 없고. 그때 우리 동료들이 느끼는 슬픔이랄까요. 무력감. 그 참담한 마음은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다 느끼는 심정일 겁니다. 이게 서로 마주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슬프죠.
◇ 김현정> 그렇죠. 밖에서 기다리면서. 거길 떠나지도 못하고.
◆ 박수종> 네. 지금 그중에 한 명은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왼쪽 팔하고 손목에 골절이 있어요. 그리고 안면에도 약간 화상이 있고 그리고 연기를 흡입했는데 의식은 있고 상태가 좋아지는 상태고요. 나머지 동료들은 너무 슬퍼해서 업무에서 제외시켜서 심적인 치료도 좀 해야 되는 상태거든요.
◇ 김현정> 심리치료 받으셔야 될 상황이에요?
◆ 박수종> 네. 같이 화재 현장에 들어갔던 동료. 더군다나 같이 먹고 자고 하던 대장님을 잃었기 때문에 그 슬픔은 저희들이 상상하는 이상이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김동식 대장님에 대한 추모 못지않게 살아남은 동료들, 그들에 대한 위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옆에서 좀 많이 위로해 주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박수종>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김동식 대장과 같이 근무했던 이천 소방서 박수종 재난예방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상하지 않으세요? 왜 이런 큰 패널 화재는 이천에서 자주 일어날까요? 그렇다면 이천시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법도한데 왜 안 했던 걸까요? 이천시는 할 말이 많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죠. 엄태준 이천시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천시장님 나와 계세요.
◆ 엄태준>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냥 제 느낌이 아니고 실제로 이천시에서 이런 대형화재가 다른 곳보다 많았죠?
◆ 엄태준> 그렇죠.
◇ 김현정> 그렇죠. 저는 지난 4월말 그 한익스프레스인가요? 그 물류창고 사고도 기억이 나는데 이번하고 비슷했어요.
◆ 엄태준> 네,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고요. 지난해 4월 말에 발생한.
◇ 김현정> 맞습니다. 당시에는 38명 인명피해까지 있었던 거죠.
◆ 엄태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이천에서 이런 사고가 많은 겁니까?
◆ 엄태준> 네. 그렇게 질문하시니까 참 답변드리기가 쉽지 않은데요. 일단 이렇게도 이야기들 하는 것 같습니다. ‘이천에 물류창고가 많으니까 이천의 물류창고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실제로 이천이 물류창고가 다른 곳보다 많은 건 사실인가요?
◆ 엄태준> 네, 많은 건 사실이고요. 그러나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물류창고 화재의 특성을 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먼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류창고 화재는 어디서 많이 발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물류창고 화재의 특성이 화재 발생에 취약하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발생하면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대형화재로 이어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이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물류창고 화재의 특징이다, 핵심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여겨지고요. 이천이 아닌 곳에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분명히 좀 직시하고, 물류창고 화재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도 파악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제가 조금 정리해보자면 이천에 실제로 물류센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거기 워낙 입지가 좋잖아요. 교통이 발달한 곳이고요.
◆ 엄태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동서남북으로 다 이어지는 이 고속도로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래서 ‘물류센터가 많은 건 맞지만, 많아서 많이 발생한다’ 라고 얘기하기에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이군요.
◆ 엄태준> 그거는 너무 책임 회피적인 이야기일 수 있고요.
◇ 김현정> 그 물류창고가 주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게 아주 화재에 취약하다. 화재가 한 번 발생했다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건 우리가 그동안 많이 다뤘어요, 시장님.
◆ 엄태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대책 세우라는 얘기도 참 많이 했는데 그동안 대책 안 만들어졌어요?
◆ 엄태준> 준비는 하고 있고 어느 정도 마련된 것도 있는데요. 소위 말하는 난연재 패널을, 난연재 건축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률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그렇게 들었고요. 중요한 것은 이 물류창고를 건축하는 데 쓰이는 패널 자체를 그것이 난연재다, 아니다, 이것을 넘어서 패널 자체를 쓰는 것은 화재에 취약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그 화재 진압이 거의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물류창고가 지금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대형화를 넘어서 초대형화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진압이 쉬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엄태준> 대형화재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요. 그런데 패널을 사용하니까 화재 진압이 어렵고 또 지어진 창고는 크니까 대형화재로 이어지고 또 인명피해가 따르고, 이런 순환구조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 건축법 개정안이 이제 12월부터 시행이 됩니다. 올 12월부터.
◆ 엄태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 따르면 난연재를 꼭 쓰도록 돼 있어요. 그래서 아마 지금과 같은 이렇게 엄청난 사고들은 조금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기대는 하는데요. 문제는 올 12월부터 지어지는 건물에 해당하니까 이미 지어놓은 건물들은 해당사항 없는 거죠?
◆ 엄태준> 맞습니다.
◇ 김현정> 그게 하나 걸리고요. 그렇게 된다면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은 걸 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지으라고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거든요. 그러면 관리감독을 잘해야 하는데, 지금 인허가권은 지자체가 갖고 있는 게 있습니다마는 관리감독도 지자체가 합니까?
◆ 엄태준> 그게 사실은 저희들로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또 한편 억울한 부분도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지자체 관할 범위 내에서 이렇게 대형화재가 발생하고 그러면 국민들은 당연히 그 지자체에 책임을 묻고 “도대체 뭐하는 거냐, 자꾸 이런 일을 발생하는데 그동안 뭐했다는 거냐” 이렇게 이야기들을 하시죠.
◇ 김현정> 대체 이천시는 뭐한 거냐, 계속 이러는데.
◆ 엄태준> 그렇죠. 그런데 저희들이 만약에 우리가 이런 겁니다. 어떤 비난을 받으려면 그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기대 가능성이 있어야, 그 기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잘못했을 때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건데. 우리 지자체에서는 인허가에 대해서만 권한을 가지고 있고 소방이나 안전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에 권한이 없으니까 사실은 그것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 김현정> 관리감독 권한이 전혀 없어요, 지자체에는?
◆ 엄태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지자체에는.
◇ 김현정> 그렇군요. 맨 처음에 지을 때 이거를 허가해 줄 건가 말 건가만 결정하고 그다음부터는 눈에 위험한 게 보여도 지자체에서는 그거를 간섭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인가요?
◆ 엄태준> 그렇죠. 인허가 과정에서 적법하게 인허가 요건을 갖췄으면 알려줄 수가 없는 거고요. 또 준공 후에 환경문제라든지 여타 다른 중증 문제, 이런 문제는 우리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어도 안전문제라든지 소방 관련해서는 저희들이 그러한 권한이 없는 것으로, 그렇게.
◇ 김현정> 그러면 중앙이 맡고 있다는 얘기죠? 어디서 맡고 있습니까?
◆ 엄태준> 굳이 그거를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요.
◇ 김현정> 말씀해 주세요. 지금 국민들이 궁금하셔서 그래요. 저도 궁금하고.
◆ 엄태준> 소방 관련해서는 그렇게 소방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소방 관련해서는 소방청이고. 그럼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나 이런 데서도 관리를 합니까?
◆ 엄태준> 고용노동부도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고용노동부도. 국토교통부도요?
◆ 엄태준> 거기까지는.
◇ 김현정> 그러면 다 나눠져 있다는 거네요. 관리감독 권한이.
◆ 엄태준> 그렇죠. 관련법에 따라서, 국토법에 따라서 그 권한이 나눠져 있는 것으로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거기가 잘하면 문제가 없잖아요. 잘만 하고 있으면, 중앙이 하든 지자체가 하든 문제가 없는 건데. 시장님이 지금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호소를 하시는 이유는 중앙에서 잘 안 되고 있다는 얘기네요?
◆ 엄태준> 저는 그러한 부분도 있고요. 이런 비유를 좀 들고 싶습니다. 물류창고가 대형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굉장히 대형화된 건물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파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는 빈도가 굉장히 적습니다. 그거는 이 아파트 같은 경우는 부분 소유가 있어서 각기 자기 자신의 소유가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물류창고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현장에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만 할 뿐이지, 그와 관련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수도 없고. 결국 운영자가 모든 것을 다 책임을 지고해야 하는데 거기에 취약한 점이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 물류창고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인명 피해를 수반하는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또 그 화재 진압에 필요한 상황에서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이런 걸로 인해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자가 철저하게 그 사회적 비용까지도 보장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철저하게 마치 아파트의 부분 소유자들이 자기 소유의 건물 내에서 소방과 관련해서 그렇게 철저히 관리하는 것처럼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물류창고 화재를 상당 부분 막을 수가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저는 일단 컨트롤타워부터 좀 정리가 다시 돼야 되지 않을까, 관리감독에 있어서, 그 생각이 들고요. 지금 시장님 말씀하신 그 사업주가 총 책임을 지는 문제도 더 강화해야 된다, 이것도 역시 동의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엄태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천시장 엄태준 시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