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양측은 지난 3월 역시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만났고 이후 유선협의도 가졌다. 이번 만남은 김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첫 대면협의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더욱 커졌다.
특히 북한이 사흘 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나타낸 터여서 관심이 더 집중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있어야 한다"고 했다. 표현이 비교적 절제돼있고 식량난을 언급한 점 등으로 볼 때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많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대결 준비' 이외에는 거친 표현이나 강경한 언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북한이 다시 공을 넘긴 가운데 한미 북핵수석 협의 결과가 현 교착국면을 흔들 작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합의 존중 등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북한이 명시적 화답은 아니지만 열린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 측 반응 여하에 따라 대화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어려운 방역상황과 식량난 등을 고려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인도적 식량 지원과 영유아에 대한 유제품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김정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실용적인 접근과 열린 외교"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번 한미 협의는 현 상황관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북한 역시 당분간 외부로 눈을 돌리기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오는 23일까지 방한하는 성 김 대표는 북핵수석협의에 이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도 면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미 북핵수석 협의에 이어 한미일 3자협의와 한일 양자협의가 차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