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인구 9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나라이지만 한때 합스부르크 제국으로 유럽에 군림한 열강 중 하나였다. 지금도 문화예술은 물론 과학기술에서도 강점을 보이며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사무국(CTBTO) 등 40여개 국제기구가 터 잡은 전통적 외교 중심지이기도 하다.
국력이나 국제적 영향력, 활발한 양국관계, 무엇보다 오랜 수교 역사에 비춰 그동안 우리 국가수반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이상할 정도다.
유럽 국가 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아직 방문하지 않은 나라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세르비아, 라트비아 등 10곳 정도다. 더 소국인 루마니아 등은 방문한 것과 비교해도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오스트리아가 영세 중립국을 표방하는 점과 연결 짓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훨씬 더 일찍부터 중립국이었던 스위스나 스웨덴은 우리 대통령이 여러 차례나 방문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교 129년만의 첫 방문이란 수수께끼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 매번 사각지대가 됐던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유럽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순으로 하고, 수교 몇주년 같은 상징성도 감안해서 방문 일정을 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대통령과 총리가 방한해 답방 필요성이 있었던 데다 내년에 수교 130주년을 맞기 때문에 방문 1순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는 1892년 한국(조선)을 강제 개항할 당시에만도 열강 반열에 들었지만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쇠락을 거듭하다 영세 중립국을 선언했다.
한국은 개항 이후 망국의 한과 일제의 탄압, 동존상잔의 비극 등 100여년의 질곡을 깨고 세계 10위권 국가로 우뚝 섰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통령에 대한 오스트리아의 극진한 환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은 양국관계의 호혜적·미래지향적 재정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