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민감한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을 특정부서에만 부여하고, 해당 부서장을 친(親) 정부 성향의 검사로 채우는 내용의 후속 인사가 뒤따를 경우 사실상 검찰의 '권력 수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4일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직제(조직)개편안 정리도 막바지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개편안과 맞물린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선 "검사장들이 일선에 부임했기 때문에 중간간부 인사를 서둘러야 전체적으로 조직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 초안이 앞서 공개된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대목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직제로 엄격하게 통제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론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지방검찰청은 형사부 가운데 말(末)부만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야 해당 범죄 수사 개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히 지검 산하 지청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체제의 첫 공식 반발을 불렀다. 특히 '법무부 장관 승인 조건부 수사개시안'은 검찰청법에서 제한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총장이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으자 법무부는 '장관 승인' 대목에 대한 수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일선 지검 형사부 말부에 제한한다는 기존 구상에 대해선 법적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법무부 내부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장관 승인 조건을 다는 건 애초부터 위법 소지가 강해 관철될 가능성이 낮았다. 법무부로서는 이를 철회하고, 나머지는 관철시키는 방안을 애초부터 고려했던 게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법적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고, 검찰청법에도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개시'가 검사의 직무와 권한 가운데 하나로 적시돼 있는데 수사를 승인제로 일부부서에 한정하겠다는 건 이들 법과 맞지 않다는 취지다.
한편 박 장관은 같은 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을 겨냥해 '이해 상충' 소지를 언급했다. 그는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뇌물 사건에서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국금지 사건에서는 피해자로 놓고 수사했다"며 "그것을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해 상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현재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2019년 검찰 특별수사단에서 김 전 차관 성접대·뇌물 의혹 수사를 진행했고, 지금도 이 사건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부장검사는 파기환송심의 공소를 유지하면서 뇌물 혐의를 재차 입증해야 하는 동시에,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서는 그를 피해자로 놓고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이해충돌로 바라보는 박 장관의 시각과 엇갈린 견해도 존재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차관 뇌물 사건과 불법 출금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고, 그 결과가 영향을 주고받는 사건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해당 사안을 맡은 검사는 그저 수사 주체일 뿐 피의자도, 피해자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해충돌' 주장은 수사팀 물갈이를 위한 명분쌓기용 주장일 뿐이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