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의힘 스스로 '부동산 블랙홀'에 빠지는 모양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이 이날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도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당이 주장해 더불어민주당의 합의까지 받아냈던 '특검 수사'는 왜 계속 추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특검 계속 추진했어야"…전략 미스에 반발
그동안 당 지도부가 현행법에도 없는 감사원 조사를 고집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을 몰아붙였던 국민의힘이지만 이제는 공수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반발이 일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많은 의원이 아니라고 하는데, 당 지도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감사원이 국민의힘 산하 기관인가? 아니면 정치권이 의뢰하면 법에도 없는 일을 해주는 하청기관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반발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 전 의원이 수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맡기지 못하겠다는 결정까지는 옳지만 감사원에 의뢰하는 판단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실수를 범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3월 당이 민주당과 합의했던 특검은 왜 계속 추진하지 않고, 법에도 없는 감사원을 주장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웅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특검 얘기를 했고 민주당도 합의했는데, 우리가 이슈를 끌고 오지 않고 놓아 버렸다"며 "결국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질이 완전히 호도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핵심인데 농지법 위반 등만 나왔다"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도 "당은 LH사태 직후부터 특검을 구성해서 모든 국회의원을 조사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후 유야무야됐다"며 "감사원은 안된다는데 감사원만 주장하면 외부에서 보기엔 시간 끌기로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주호영 원내대표 주도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는 물론 LH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민주당과 합의했지만 특검법은 실제 발의되지 않았다. 4·7 보궐선거 등 빅이벤트가 있었고 이후로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겹치며 뭍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리스크도 상존…후폭풍 우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부터 당 소속 의원들이 각종 특혜와 편법 등의 이유로 잇달아 탈당한 바 있어 부동산 문제에서도 대형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당내에 부동산 부자가 많다는 점도 국민의힘을 불안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21대 국회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2명, 무소속은 1명이었다.
자연스레 부동산 전수조사 문제가 이번주 선출되는 차기 당대표의 우선 숙제로 떠올랐다. 일단 당대표 후보자들은 조사를 통해 의혹이 나올 경우 강도 높은 징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