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50세.
췌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지난 8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한결같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유 전 감독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을 마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정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으로서 이렇게 빨리 돌아가신 것에 전 축구계가 상당히 슬퍼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6개월 전 '건강하냐'고 물어봤는데 '좋다'고 말해 금방 다시 축구계에 올 것 같아 굉장히 기뻤었다"며 "이렇게 빨리 다시 (암이) 재발해서 떠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 전 감독이) 멀티플레이어로서 항상 필요한 곳에서 축구 발전에 노력을 많이 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하늘나라로 가서 편안하게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전 감독은 인천 감독 재임 시절인 2019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사령탑을 내려놓고 투병에 들어갔고 몇 차례 위기를 넘기며 그라운드 복귀를 꿈꿨다.
지난해 인천이 K리그에서 부진하자 투병 중에도 조기 복기 의사까지 보일 만큼 팀을 아낀 그였다. 그러나 지난 7일 저녁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가족 곁을 떠났다.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은 "(지난해 복귀하려던) 그때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 쉬어야 하지 않을까' 복귀는 좀 무리라고 판단했다"면서 팀을 아끼던 유 전 감독을 회상했다.
김 감독은 "한국 축구에 큰 선물만 남기고 쓸쓸히 가신 것 같다. 하늘 아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떠나는 선배를 배웅했다.
빈소엔 그와 함께했던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월드컵 동료였던 황선홍 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대한축구협회 이천수 사회공헌위원장도 오랫동안 빈소를 지켰다. 그는 "최근 유 전 감독과 소통을 가장 많이 했던 후배로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구보다 힘든 상황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월드컵 첫 승의 골 주인이고 승리를 안겨준 멋있는 축구선수 유 전 감독은 계속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면서 젊은 나이에 떠난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말을 하는 동안 이 위원장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끝내 울먹이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선배를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 자체가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더 잘하겠다. 잘해서 상철이형 몫까지 멋있는 축구인으로 살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멀티플레이어로서 항상 필요한 곳에서 축구 발전에 노력했던 유 전 감독. 9일 발인 후 유 전 감독은 충주시 앙성면 진달래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에 든다.
영정 속 고인은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