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대에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경선연기론이 권리당원들의 공개 요구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일부 초선의원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다음주 중 공식 논의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11월 집단면역, 이준석 돌풍…'9월 경선' 너무 빠르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지난달 6일 꺼내든 경선연기론. 그 뒤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논의는 수면 아래로 꺼졌지만, '11월 집단 면역' 달성이 가시화되면서 친문 의원과 당원들을 중심으로 논의에 조금씩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권리당원들은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솔직히 4·7 재보궐 이후 여론조사 결과 상 양자대결에서 '윤석열'을 꺾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헌 88조는 대선 경선에 대해 선거일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단서조항을 달고있어 상황에 따라 경선 일정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
이를 두고 경선 연기 찬성파는 집단면역 형성 전인 9월에 경선을 치르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야당의 카운터파트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공격만 받을 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파는 경선 연기가 당헌·당규 개정 사항은 아니지만, 사실상 정치적 필요에 따라 원칙을 바꾼다는 이미지만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미리 후보를 정해야 안정적인 대선 캠페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초선 중심 논의 시작…당내 이재명 반감도 여전
그 사이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 고영인 의원에게 일부 초선의원들이 공식 논의를 요구하는 등 경선연기론을 본격적으로 띄우고 있다.
고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몇몇 초선 의원님들이 저한테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건 사실"이라며 "우리가 논의하는 게 굉장히 민감하게, 또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경선 연기론을) 논의할 건지 말 건지를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공식 논의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자 조만간 신중하게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6월 중순 즈음 출범 예정인 선거기획단에서 경선룰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상 이미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당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립지대에 있는 다수 의원들이 연기를 주장하거나 모든 후보들이 합의하면 바꿔줄 수 있다"면서도 "경선에 임박해서 (룰이) 바뀐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선후보로서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시간을 끌어서 다른 변수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냐"며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의 요구가 아닌 압도적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특정 후보의 캠프에 발을 담그고 있지 않은 중립지대 의원 9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39명이 찬성하고 23명은 반대했다고 한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의원들의 반감이 작용한 탓도 있지만, 이 지사가 압도적 여론조사 1위인 데도 불구하고 당원과 의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이 지사가 대승적으로 경선 연기에 대해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등 당 안팎에서 이 지사의 양보를 바라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이 지사 측 의원들은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