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공감론…문대통령 입장변화 속 이재용 '8.15 특사' 힘 받나

2일 4대 그룹 대표단 靑 초청해 한미정상회담 기여 감사 표해
이 자리서 최태원 회장,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
문 대통령 전향적 입장 내비춰…여권에서는 "특별사면 가능성 크다"
하지만 국민공감대 외 사법정의·형평성 기준은 과제
이 부회장 사면 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부담 더 커질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 그룹 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 변화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듭 건의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 회장은 창의적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조심스럽게 특별사면 이야기를 꺼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 이뤄질 수 있다"며 거들었다.

'사면'이란 단어를 뺀 채 에둘러 표현해 문 대통령은 "사면 건의를 하는 것이냐"고 재확인했을 정도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이한형 기자
이는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소 원칙적으로 답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4월 경제 5단체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고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표현으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이 부회장 사면론'에 긍정적으로 읽힐 수도 있는 표현을 한 데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사면의 전제 조건인 국민 공감이 그때보다는 더 커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백신 허브국 지위확보와 한미 간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 확보 등의 성과가 나오면서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란 설명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4대 기업 대표들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도, 이 부회장의 사면론을 염두해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는 가석방보다는 실질적인 해외 활동까지 보장할 수 있는 사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국민공감대와 함께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도 같이 언급해 이 부회장의 사면 결정을 했을 경우,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부회장의 사면 결정 이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도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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