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류 변화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거듭 건의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 회장은 창의적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조심스럽게 특별사면 이야기를 꺼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 이뤄질 수 있다"며 거들었다.
'사면'이란 단어를 뺀 채 에둘러 표현해 문 대통령은 "사면 건의를 하는 것이냐"고 재확인했을 정도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지난 4월 경제 5단체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고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표현으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이 부회장 사면론'에 긍정적으로 읽힐 수도 있는 표현을 한 데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사면의 전제 조건인 국민 공감이 그때보다는 더 커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백신 허브국 지위확보와 한미 간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 확보 등의 성과가 나오면서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는 가석방보다는 실질적인 해외 활동까지 보장할 수 있는 사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국민공감대와 함께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도 같이 언급해 이 부회장의 사면 결정을 했을 경우,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부회장의 사면 결정 이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도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