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한 직원은 지난달 25일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답답하고 괴로워하다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미온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사건들이다.
위계에 의한 괴롭힘, '을'에게 가하는 '갑'의 횡포가 여전한, 뿌리깊이 박힌 전 근대적인 조직문화가 죽음 뒤에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죽음을 전후로 겪은 과정도 비슷했다.
군 부대 상관들은 여성 부사관을 보호하기는커녕 "없었던 일로 해 달라"며 합의를 종용하거나 조직적으로 회유하거나 은폐하기에 바빴다.
네이버 역시 직장 내 갑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묵살했으며, 가해 임원들을 직무정지 조치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고 나섰고, 여야도 함께 진상규명을 외치며 국회 차원의 대응의지를 다짐한다.
국방부는 '진실규명에 최선'을 약속하는가 하면 네이버 역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사건인데도 마치 이런 일들이 처음 벌어진 일인 양 호들갑이다.
군 내에서 성범죄, 갑질 행태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무관용 원칙'을 발표한데 이어 2015년에는 '성 범죄와의 전쟁'까지 선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벌백계'와 '뼈를 깎는 반성'을 약속할 뿐 진정한 성찰과 개선의지가 별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직장갑질 119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10명중 3명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이 가운데 35.4%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근무조건 악화나 따돌림 등의 '보복 갑질'을 우려해 괴롭힘을 신고한 경험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을 덮기 위한 고민없는 일회성 여론 무마용 대책으론 근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
'군대내 성폭력'이나 '직장 갑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후진적인 산재사고'는 여전히 빈번하고,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폭행과 갑질, 열악한 환경의 택배 노동자, 학교 폭력 등의 사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를 인권과 공동체적 삶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자세와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온정적이고 후속조치가 '솜방망이'로 그친다면 이러한 사건과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깊이 있는 성찰과 철학 있는 대책이 수반돼야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