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의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백사마을의 주민들은 재개발로 인해 오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상황에 놓였지만, 실질적으로 이주할 형편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67년 서울 도심 재개발 당시 철거민으로 내몰려 백사마을로 오게 된 박송자 할머니.
박 할머니에게 백사마을은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한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 시행계획이 인가되면서 또다시 철거민으로서 오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현실적인 이주 비용입니다.
국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임대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임대료와 관리비 등 매달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박송자 / 백사마을 주민]
"매달 들어갈 비용 그것이 문제에요. 버는 사람이 없으니깐. 한 20만원도 더 들어간다는데 그런 돈을 우리가 버는 사람이 없어요. 나는 (국가 보조금을) 가정에다가 하나도 못써요 병원 다니느라. 우리 집 아저씨가 24만원 가지고 전기세, 수도세 내고, (연탄은행에서) 연탄 얻어 때고...심란해요. 우습기도 하고."
백사마을 주민 김영자 할머니는 40년간 백사마을에 살았지만 최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왔다는 이유로 이주 비용을 지원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김영자 (가명) / 백사마을 주민]
"철거하는 데서 임대비를 주는 게 아니고 나는 나갔다 온 사람이니깐 내가 내고 들어가야 해요. 임대비 있지, 수도세, 전기세 있지, 관리비 있지, 아무리 해도 힘들죠 없는 사람은.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은 힘들죠."
백사마을 주민들은 고령의 나이에 한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현 상황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김영자 (가명) / 백사마을 주민]
"사람도 그립고, 성냥개비 같고, 나이 먹고 했으니깐 힘들고, 아무래도 정든 데가 낫죠. 혼자 편하게 죽을 때까지 살 방이나 한 칸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바라는 거 없어요."
지난 2004년부터 백사마을 주민들과 함께해온 연탄은행 허기복 목사는 "재개발이 총론적으론 의미가 있겠지만, 결코 세입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허 목사는 "현재 백사마을엔 불안과 염려, 한스러움,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며 "세입자의 사정을 촘촘히 배려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기복 목사 /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정부나 주택조합, 시행사가) 꼭 경제 논리로만 보지 말고 세입자들의 문제도 살펴주면 좋지 않을까.사람을 위해서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정작 사람이 살아야 하는 아파트에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그 현장에 그대로 남았다면 그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연탄은행은 백사마을 주민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주택 수리비 2억원을 지원하는 등 주민들의 안전한 이주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주거지보전사업 유형을 도입해 백사마을만의'상생형 주거지 재생'을 시도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재개발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