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꼽혔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비극이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이춘재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에서 잇따라 저지른 10건의 살인사건이다.
이밖에도 이춘재는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DNA를 발견한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나섰다.
특별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당시 사건을 은폐하거나 강압수사를 했던 경찰관까지 기소하며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피해자들은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로 나아가기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찾았다.
진실화해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운영되는 독립기구다. 2005~2010년 1기 활동을 한 뒤 지난해 말 2기를 출범했다.
진실화해위 2기는 27일부터 이춘재 살인사건의 용의자 인권침해 등 과거 발생한 국가폭력·인권유린 사건 등을 다시 조사한다.
이들은 반인권적 행위나 폭력,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나아가 화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1일까지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조사 신청 건수는 3636건(7443명)에 달한다. 사건 유형별로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2700여 건)이 가장 많으며, 인권침해·조작의혹(270여 건), 적대세력 관련 사건(250여 건)이 뒤를 잇는다. 조사 신청 기간이 2년인 만큼 향후 접수되는 사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기로 출범한 진실화해위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외에도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선감학원 사건 등 300여 건을 다룰 계획이다.
조사는 조사관, 행정담당자 등 130여 명이 맡는다. 조사관들은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경험자와 파견근무자로 구성됐다. 학계 전문가와 언론인도 포함됐다.
2기에는 사건 당사자(증인 참고인)와 직접 대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청문회)이 주어져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조사 개시를 결정한 사건 중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게 목표"라며 "피해자를 손가락질 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로 접어든 만큼 사건 신청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과 반인륜적인 행위를 겪어온 피해생존자들은 지금도 홀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싸우고 있다"며 "그런 피해생존자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