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5당대표 오찬…"기대이상의 성과" vs "실망도 컸다"

한미정상회담 성과 설명하기 위해 5당 대표 초청한 文대통령 초당적 협력 강조
국민의힘 등 야당 국내 현안 날카롭게 지적하며 대립각 세워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1년 3개월만에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에서 야당 대표들은 여러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날을 세웠다.

◇文 "한미동맹 발전 확인한 뜻깊은 회담" 송영길 "미사일 지침완화는 文시절 업적"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인왕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5당 대표들을 초청해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더할 나위 없는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내용면에서도 기대이상의 성과가 있었다"며 한미 안보 및 평화 협력 강화, 백신·신기술·기후변화 협력 등의 성과를 나열했다.

특히 "대화의 출발점으로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명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도 호응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서는 "방위력 차원을 넘어 우리 발사체 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려보낼 수 있게 돼 우주산업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백신 협력에 대해서도 "한미간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해 전세계 백신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미국이 우선 55만 한국군에 백신을 지원하기로 한 건 한미동맹 중시한 뜻깊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정상회담 성과들을 나열한 문 대통령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며 회담의 성과를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혜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싱가포르와 판문점 회담을 기초로,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가 정부에서 제출된다면 초당적으로 같이 공유 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돌파구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위대한 업적"이라며 "특히 우주 공간이 열리게 되고, 우리 방위에 있어서 자주적 공간이 열렸다"고 자축했다.

◇野대표들 "백신 문제 아쉬워, 손실보상 대통령 결단해야" 쓴소리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야당 대표들의 여러 지적이 나왔다.

우선,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한미정상회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과 실망이 크다"며 날을 세웠다.

김 대행은 "55만 군인의 백신 확보는 다행스럽지만, 백신 스와프 등을 통해 백신이 확보되지 않은 건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민들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나는 언제 무슨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지, 언제 마스크 벗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있는 계획표를 보여달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상기한 김 대행은 "손실에 대해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며 "손실보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소급적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문 대통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대행은 "경제 정책의 전면 대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주택 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 문제도 심각하다. 집을 가져도 고통이고 못가져도 고통이고 팔 수 없어 고통"이라며 실패한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다.

이밖에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해외원전을 수출, 협력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탈원전을 한다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며 탈원전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후속조치와, 대북전단 금지법 폐지, 북한인권대사의 조속한 임명 등을 촉구한 김 대행은 "임기말 성과에 쫓겨 북한과의 원칙없는 대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반복적으로 추천해온 인사 라인에 대해 이제는 교체해야 한다"며 "내로남불은 기본이고 서민은 꿈도 못 꿀 관사 재태크, 갭투기, 가족 동반 출장, 논문 공짜 이름 올리기 등 국민 눈높이 크게 미달했던 게 사실이다"면서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를 요청했다.

발언하는 문 대통령.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께서 이선호 군 빈소 다녀온 것은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선호군은 34일째 장례를 못치르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중대재해근절 TF 설치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손실 보상 소급적용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용단해달라"고 했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여 대표는 2016년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과 갑질을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고 이한빛 피디의 어머니가 쓴 에세이집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회담 가장 큰 의미가 한미동맹 복원"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연대와 파트너십 그리고 협력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들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한미일 관계개선과 대중 관계를 우려하며 "시진핑 주석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 그리고 또 어떤 전략으로 우리 국익을 위해서 접근할 것인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메신저 RNA 백신의 원천 기술을 가지지 못하면 추후에 굉장히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고, "신한울 1호기 등 국내 원전 사업 재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현안을 물었다.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는 "단순히 대통령 혼자 누린 행복보다는 우리 촛불 시민들이 탄생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과"라며 "아쉬웠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이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허위 조작 정보를 유포하면서 마치 방역이 늦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어서 저러는 것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지나친 모습을 보이는 일부 언론, 일부 여론의 동향에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정인에 대한 폄하나 공격으로 일관하는 수사와 언론 보도의 문제 등이 근본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국민의 편안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언론개혁을 언급했다.

공개된 모두발언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은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간 반까지 약 2시간 가량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고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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