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우리 언론이 이렇게 해롭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읽고 독자 몇 분이 이런 항의 메일들을 보내왔다. 기자가 정상회담의 성과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려고 작위적인 기사를 썼다는 취지다.
기자가 쓴 기사의 요지는 이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지침 종료를 합의했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이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기사를 쓰게 된 과정은 이렇다.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 나선 존 커비 대변인은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두 명의 기자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다.
먼저 J 기자와의 문답을 옮기면 이렇다.
커비 대변인 : 백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급할지 구체적인 것은 아직 검토중이다. ②
J 기자: 미사일 지침 철회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③
커비 대변인 : 미사일 지침 철회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I'm not sure what you mean, the lifting of missile guidelines)④
J 기자: 한국이 장거리든 중거리든 어떤 미사일도 가질 수 있나? 미사일 개발에 제한(limits)이 있나?⑤
커비 대변인 : 특정 (개발) 능력을 거론하진 않겠다. 그러나 지금 무슨 질문을 하는지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나중에 더 알아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냐. 나는 미사일 지침 제한을 알고 있지 않다.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고 있지 않다.(I'm just not aware of limitations on missile guidelines and where you're coming from on that)⑥
두 사람의 질문과 대답을 듣고 있던 C 기자가 잠시 뒤에 바통을 이어 받았다. C 기자와 커비 대변인의 질문 대답은 이렇다.
C 기자: 조금 전 질문에 대한 추가 질문이다. J 기자가 말한 것은 미사일 지침 개정(revised missile guidelines)을 말한 것이다. 한국은 미사일을 개발할 때 (사거리) 800km 제한이 있다. 금요일에 두 정상이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제한을 종료했다.(terminated all the limits about the missile) 이 것은 인도 태평양 전략에 큰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놀랍다. 국방부에서 이 것을... ⑦
커비 대변인: 맥락을 이야기해 줘 고맙다. 우리가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줄 수 있지는 지켜보자.⑧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세 사람의 질문 응답을 충실히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브리핑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 미국 국방부가 브리핑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공개했다.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독자 가운데 일부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기사를 비판했다.
녹취록에는 J 기자의 질문③의 철회(lifting)라는 말이 목록(listing)이라는 말로 잘 못 작성돼 있었다.
따라서 커비 대변인의 답변④에도 철회라는 말 대신 목록이라는 말로 적혀 있었다.
결국 커비 대변인으로서는 '미사일 지침 철회'가 아닌 듣도 보도 못한 '미사일 지침 목록' 으로 질문받다 보니 그에 대해 모른다고 말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것이 독자들의 비판이다.
실제로 녹음된 브리핑을 다시 음성으로 들어보니 J 기자의 질문③에서는 목록이라고 들린다.
그러나 커비 대변인의 답변④에서는 여전히 철회라고 또렷이 들린다.
더욱이 이미 J 기자는 질문①에서도 철회라고 정확히 말을 한 바 있다. 특히 ⑤, ⑥, ⑦까지 감안하면 커비 대변인이 목록이라고 말했을 개연성은 더 적어진다.
어찌됐건 브리핑을 '듣고' 작성된 기사와, 브리핑을 일부 잘못 받아적은 국방부의 녹취록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실의 마틴 마이너스 중령이 기자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해 온 해명의 요지는 이렇다.
'커비 대변인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 나 역시 이번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지침 종료를 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인정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커비 대변인이 브리핑 때 기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언급 ⑥처럼 한국의 국방 능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한 것 같다. 한국이 무엇을 개발할 수 있고, 무엇을 개발할 수 없는지는 한국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이미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우리가 부연할 필요도 없다.'
결국 브리핑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자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 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언급이나 설명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의 첫 반응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브리핑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시간으로 오후 늦게 이뤄진 해당 브리핑이다 보니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 퇴근 전에 추가로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이 점은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동시에 촌각을 다투면서도 작은 실마리를 놓쳐서는 안 되는 기자들의 업무에 대해서도 독자들께서 혜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