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손씨 유가족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 유가족은 처음 실종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민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 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었다"며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정민이를 잘 보내기 위해 진실을 구하고자 한다"며 "A와 그 가족에게는 만약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관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찰에게는 실체적 진실을 뛰어넘어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하는 마음에서 입장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정민이 실족 가능성은 없어"
유가족은 손씨의 실족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지형을 고려할 때 실족으로 인한 익사의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며 "평소 수영복 등 장비를 갖추고 안전이 담보된 곳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수영 외에는 즉흥적으로 바다·강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손씨가 술에 취하면 잠드는 술버릇이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이전에도 두 차례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드린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의 술버릇 때문이었다"면서도 "실종 당일에 '술은 더 안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런 날은 더 이상 먹지 않고 곧 들어오기를 어긴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며 누군가를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A와 그 가족들은 정민이 입수 경위 알고 있을 것"
손씨 유가족은 실종 당일 새벽 3시 30분부터 4시 30분 사이 손씨가 입수하게 된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에 친구 A씨가 연관됐거나 이를 알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유가족은 실종 다음 날 A씨와 만나 나눈 대화를 제시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26일 저녁 유가족이 '정민이에 대해 기억나는 것 없냐'고 묻자 A씨가 "정민이가 달려 가다가 언덕에서 자빠졌다"고 답했고, 이어 "신음 소리 '악' 하면서 굴렀다. 제가 그거를 끌고 오느라고 제 옷·신발 보면 아예 흙이다. 평지가 있고 언덕이 있고 강이 있는데, 거기 자빠져가지고 그거를 끌어 올렸을 것이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A씨 가족이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했을 때의 행동도 수상하다는 게 유가족 측 입장이다. 5시 12분쯤 A씨 부자가 현장에 최단거리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에서 정확히 하차해 울타리를 넘었고, 약 15분 동안 강비탈만 번갈아 오르내리며 왔다갔다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A의 부친은 주변은 찾아보지 않고 강비탈을 오르내리다 5시 34분까지 약 20분을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며 "5시 30분쯤 이동을 시작한 A는 친구를 찾는 모습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5시 30분쯤 A는 정민이의 전화기를 손에 들거나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갖고 다니면서도 정민이 엄마의 전화를 세 차례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는 물론 A 부모 또한 강비탈에서 어떤 심각한 사건이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행동으로 보인다"며 "A 입장문 내용처럼 '자고 있을 것이라 판단해 직접 찾으로 나왔고, 내내 블랫아웃 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의 행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가 물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CCTV 영상과 토끼굴 CCTV 영상을 비교해보면, A씨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목 부분이 '물에 젖은 상태에서 당겨진 것처럼 늘어나 있다'는 것이다. 신발은 걸을 때마다 뒷 쪽이 벗겨질 정도로 무거워져 있었고, 신발끈 역시 뭉쳐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물에 들어 간 증거'로 내세웠다.
◇"A씨, 왜 진술 번복하나…경찰 수사도 미흡"
손씨 유가족은 A씨가 증거 제출을 뒤늦게 한 점과 진술을 번복한 점도 의문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의류와 노트북 등은 5월 4일 제출한 반면, 사건 당일 소지하고 있던 아이패드는 실종 15일째인 5월 9일 따로 제출했다.
이외에도 A씨 측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실종 당일 A씨의 어머니가 "A는 청하와 막걸리를 주로 마시고, 정민이는 소주를 주로 마셨다고 한다. 청하를 다 마시고 막걸리 마시면서부터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한다"고 카톡을 통해 주종을 알려줬으나, 이후 입장문에서는 '어떤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모른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또 최초 술자리를 종용한 것은 A씨며, A씨의 입장문 처럼 본인 집이나 손씨 집을 제안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아쉬워', '술 더 먹고 싶다', '안되면 둘이', '빨리' 라며 A가 술자리를 종용했다"며 "'마실곳없나', '어디로갈까', 정해줘라' 등 장소지정을 종용하길래 정민이가 '다른 친구 B의 집'과 '정민이 집', '한강' 세 군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민이가 언덕에서 넘어져 끌어올렸을 거에요'라고 얘기했는데, 이후 입장문에는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고 술에 취해 단편적인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만 한다. 의도적으로 사고와의 연관성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라며 "첫 최면조사는 몰입이 어려워 한 시간만에 실패했다고 A 부친이 문자해놓고, 입장문에서는 2시간 반으로 늘리는 등 조사시간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도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실종 당시부터 '사고'로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부탁했지만, 유일한 관련자인 A씨에 대한 조사가 늦었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실종 당일 아침 A의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에 대해 조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발 등은 실종 다음 날 이미 버려져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가 2시 18분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는 사진이나 주위를 서성거렸다는 목격자 진술, 5시 12분쯤 2단 울타리를 넘어 정확히 현장에 최단거리로 이동하는 점, 5시 34분쯤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미뤄 볼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상분석·거짓말 탐지기·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유가족은 "A는 밤늦게 정민이에게 갑작스런 술자리를 제안했고,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음에도 실종 이후 단 한번도 정민이를 찾기 위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며 "A 부모 역시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설명하려는 노력보다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묻고 싶다. A 가족이 처음부터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유가족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설명했다면, 설명하려고 하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그 때도 경찰 수사가 필요했을까"라며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회피해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지금에 와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영원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정민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유가족 입장에서,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