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가 갈 길은 멀다. 한미 동맹의 밑그림을 성공적으로 그린 문 대통령은 대북·대중 문제에 있어 남은 임기 동안 여러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정부에 싱가포르 납득시키기까지…文정부 설득 두드러져
내·외부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싱가포르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이 받아들여진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을 존중하겠다고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과거에는 '속임수'라며 싱가포르 합의를 폄하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싱가포르 합의 뿐 아니라 판문점 선언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이뤄졌던 성과를 기반으로 출발하겠다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남북, 북미 대화의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에게 족쇄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46년만에 종료된 것도 대표적 성과다.
미사일 지침 종료로 인해 우리는 미국 등의 제약을 받지 않고 미사일 개발은 물론 우주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외교적인 성과에 청와대도 고무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귀국 직후 김부겸 총리와의 주례 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유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 관계 회의'를 열고 관련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 미중 정상회담서 대만 문제 최초로 언급했지만 갈 길은 멀어
다만, 정상회담의 성과를 만들어낼 후속 조치는 정부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임기를 불과 11개월 남긴 문재인 정부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바이든 정부의 타임 테이블 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격화된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우리가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요 외교적 변수 중 하나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혀 대만 문제를 최초로 거론했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리는 중국의 반발이 미일 정상회담 등 과거에 비해 수위가 낮았다며 자체적으로 위로하고 있지만, 한국이 미중 갈등의 거대 구도에서 고심하는 모습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외교적인 고민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확신과 철저한 준비 속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당청의 후속조치와 실천 방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