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훈 (故 이선호 부친)
보름 전쯤 경기도 평택항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한쪽 상판이 노동자를 덮친 겁니다. 300kg에 달하는 철제 컨테이너에 깔린 노동자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는데요. 이 사람의 이름은 이선호. 올해 나이 23살. 아르바이트 대학생이었습니다. 이선호 군의 아버지는 왜 알바생인 우리 아들이 그 위험한 작업에 투입이 된 건지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외치고 있는데요. 이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아들, 우리 친구의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부터 故 이선호 군의 아버지를 직접 연결해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겠습니다. 아버님 나와 계십니까?
◆ 이재훈> 네, 이재훈입니다.
◇ 김현정> 많이 힘든 상황이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우선 고맙습니다.
◆ 이재훈>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 김현정> 지금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장례식장에 계시다고 들었어요.
◆ 이재훈> 네, 현재까지 그렇죠. 빈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고가 난 게 4월 22일이면 보름이나 지났는데요.
◆ 이재훈> 네, 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두 사람 중에 한 명은 와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진심 어린 사죄를 하면서.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자기는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 지금 발뺌하고 그렇기 때문에 눈을 아직 못 감았어요. 그래서 오늘까지 빈소를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선호 군이 아직 눈을 감지 못했다는 게 아버님 생각하시기에 편히 잠들지 못했다 그런 말씀이실까요?
◆ 이재훈> 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일이 23살 아들한테 벌어진 건가? 이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할 텐데 일단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인데 어떻게 그쪽에서 일을 하게 된 거죠?
◆ 이재훈> 애가 대학 1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옵니다. 그런데 학교 가기까지 한 2, 3개월의 텀이 있으니까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 가서 잠시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버님이 일하시는 일터에 아빠 도우면서 내가 아르바이트할게요. 하면서 간 겁니까?
◆ 이재훈> 며칠 자기도 일하면서 잠시 용돈이나 벌려고 2학년 복학하기까지. 한 2, 3개월 시간이 있으니까.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하루도 못 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르바이트 아마 한 1년 약 4개월, 이렇게 시간이 지나게 된 거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버님이 일하시는 그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그러면 이게?
◆ 이재훈> 아니죠. 우리 고유의 업무는 다른 게 있었어요. 그날 우리가 동식물 검역이란 게 있습니다. 그거하고 세관 검사라고 하는 것과. 아마 마친 시간은 3시 반쯤에 본인의 업무는 끝나고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잠시.
◇ 김현정> 내용물 검수하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내용물 검수하는 작업이 본래 일이었는데 아버지가 우리 선호 군 데리고 같이 일을 하다가 잠깐 쉬고 있었는데. 그런데요.
◆ 이재훈> 3시 41분에 작업 책임자로부터 저한테 전화가 한 통 걸려옵니다. 인력 1명만 오함마(대형망치)와 정(끝이 뾰족한 장비)을 가지고 보내 달라. 그래서 저는 이제 바로 외국인 근로자한테 전화를 하면 됩니다.
◇ 김현정> 그 담당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하면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 이재훈> 그 담당하는 외국인한테 직접 전화를 하면 되는데요. 제가 8년 동안 거기서 근무를 해도 정을 쓰는 작업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 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또 외국인 근로자도 정이라는 그 단어를 이해할까 못할까 싶어서 바로 앞에 있는, 눈앞에 있는 제 아들한테 가서 그 아저씨한테 그 내용을 전달을 해 달라. 그때 44분에 아들한테 전화가 와요. 아빠, 장비가 없대요. 그래? 뭘 하나 뽑아야 한다는데 단순하게 못이라든지, 못이 박혀 있는 나무라든지 그런 거를 뽑는 줄 알고 그러면 빠루(쇠지렛대)라고 못 뽑는 장비가 있습니다.
◇ 김현정> 못 뽑는 거.
◆ 이재훈> 오함마(대형망치)랑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가라고 해라. 했는데 제 아이가 그냥 따라갔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원래 그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내라고 한 건데. 이제 그 외국인이 (장비가) 낯서니까 혹은 도와줄 수 있겠느냐 해서 같이 간 거예요?
◆ 이재훈> 네, 맞습니다. 그렇게 된 겁니다, 이게.
◇ 김현정> 같이 갔습니다. 갔더니만 그 앞에 펼쳐진 일은 컨테이너 박스 해체작업이었어요. 선호 군은 전혀 컨테이너 해체 작업은 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인 거죠?
◆ 이재훈> 그렇죠. 저도 8년 동안 거기에서 근무를 했습니다마는 그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한 번도 투입된 적도 없고요.
◇ 김현정> 아버님도 해 본 적이 없는 그 현장에 아들이 보조처럼 처음 투입이 된 겁니다. 가게 된 겁니다.
◆ 이재훈> 그렇죠.
◇ 김현정> 그 현장에서 지금 사고가 난 건데요. 컨테이너 상판에 깔렸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제가 이해가 안 가서 지금 사진 한 장을 화면에 띄우겠습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면 철판들이 쭉 이렇게 일렬로 정렬이 돼 있고 양쪽에 그러니까 날개가 서 있었던, 마지막 접어야 하는 날개가 서 있었던 건가요?
◆ 이재훈> 그렇죠. 양쪽 날개가 2개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네, 양쪽 날개가 서 있고 나머지는 펴진 상황에서 선호 군이 어떻게 거기를 올라가게 된 거죠?
◆ 이재훈> 거기에서 사람이, 할 작업이 딱 하나 있어요. 서 있는 날개를 접기 위해서는 그 날개 밑에 안전핀이 이렇게 각 모서리에 이렇게 둘, 네 군데에 안전핀이, 락핀이 걸려 있습니다. 이 락핀을 해제를 해야 날개가 접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락핀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그런데 같이 갔던 외국인은 한 3년간 그 부두를 다니면서 그 FRC 컨테이너 (개방형 컨테이너)를 여러 번 작업을 해봤던 숙련공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도와서 같이 락핀을 제거합니다. 락핀을 제거하고 인력은 철수하면 끝나는 거예요. 더 이상 사람이 거기서 할 일이 없습니다. 지게차가 와서 밀어뜨려서 양쪽 날개를 접으면 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재훈> 그런데 지게차가 두 대가 등장합니다. B라는 지게차가 등장해서 (아들이) 안전핀이 제거된 상태에서 철수를 하려 하는데 그 날개 밑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라는 지시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그 쓰레기는 안 주어도 되는 쓰레기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제 아들한테 '안 주어도 되니까 그냥 가자' 그런데 제 아들은 '그래도 저 아저씨는 줍고 가야 되는데 줍고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재차 지시를 합니다. 쓰레기 주우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키니까 한 거고 그때 B 지게차는 지시를 하고 현장을 벗어납니다. 또 다른 곳에서 일하던 C라는 지게차가 FRC 컨테이터(개방현 컨테이너)를 날개를 접으라는 지시를 받고 그 현장을 진입합니다. 그래서 접는 순간 우측 날개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꽝 했습니다. 그 진동으로 반대편에 있던 제 아이가 작업하고 있던 날개가 무너지면서 떨어지면서 제 아이를 덮치면서 이런 사고가 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C라는 지게차가 선호 씨가 서 있던 날개 반대편 날개를 떨어뜨렸는데 그게 워낙 무거운 300kg짜리 날개다 보니 선호 씨가 서 있던 쪽의 그 날개도 그 반동으로 넘어진 거군요. 바로 그러면 119 신고하고 아버님한테 연락하고 이런 조치들은 이뤄졌습니까?
◆ 이재훈> 그 두 개 다 아무것도 안 이루어졌죠. 그 현장을 보고 A라는 현장 책임자가 무전기로 자기 윗선에다가 보고를 합니다.
◇ 김현정> 보고를 먼저 해요?
◆ 이재훈> 네, '대리님 큰일났어요. 여기 119 와야 될 것 같아요' 이 무전을 받은 김 모 대리가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보니까 애가 그렇게 되고 상황이 그렇게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먼저 119에 신고를 해야 되는데 119에 신고를 하지 않고 또 다른 윗선, 사무실에 있는 김 모 대리한테 전화를 합니다. 그 전화를 받은 김 모 대리가 119에 신고했다고 저한테 이야기 하는 녹취 파일이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아.. 지금 아들은 거기에 깔려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 이재훈> 여기서요, 인간의 극과 극이 나옵니다. 같이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도 꽝 해서 보니까 제 아들이 깔려 있었던 거예요. 한국 사람들 보고 '병원차 좀 불러라' 하면서 이 사람이 허리를 다칩니다. 왜 허리를 다치느냐. 제 아이가 깔려 있던 그거를 철판을 들려고 하다가 허리를 다칩니다.
◇ 김현정> 들려다가?
◆ 이재훈> 왜 들려고 하겠습니까? 그거는 인간 본연의
◇ 김현정> 본성이죠.
◆ 이재훈> 그렇죠.
◇ 김현정> 그 외국인 노동자는 전화, 119 전화하라고 그거(철판) 들고 있는데 그 옆에 있던 직원들은 윗선에 보고부터 해요?
◆ 이재훈> 와서 그 현장을 보고 무거운 철판에 깔려서 숨이 끊어져 가고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리고 죽어가는 그 모습을 윗선에다가 현장 중계하듯이 보고를 합니다.
◇ 김현정> 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셨을까요. 저는 감히 상상도 안 되네요.
◆ 이재훈> 제가 말씀을 안 드려도 이 땅의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 한번 입장을 상상해보시면 진짜 참혹합니다. 참혹해. 너무 잔인하고요, 왜? 저한테 연락이라도 해 주셨어야 됩니다.
◇ 김현정> 네, 당연하죠. (사측은) '거기에서 쓰레기 주우라고 지시를 한 적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호 군이 자진해서 들어간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 이재훈>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저는 그래요. 좋습니다. 쓰레기 주우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고 제 아이가 자의적으로 들어가서 쓰레기를 주워라 했다 해도 사건의 본질은 회사에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거죠. 단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그 적정 인원의 안전인원만 지키고 있었다면 제 아이가 쓰레기 주우러 갔든 어쨌든 이 일은 않았던 거 아닙니까? 첫째 원인은 원청에서 인건비를 줄이겠다, 이윤을 조금 더 남기겠다는 그런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고죠.
◇ 김현정> 외국인 노동자가 지시하는 것까지 다 들었기 때문에 지시를 받고 위에 올라간 것도 사실이지만 설사, 설사 그 지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아르바이트 학생이 처음 가보는 그 현장에서 그런 일에 투입됐는가, 그것도 어떤 관리감독자도 없고 안전장비 전혀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곳에 투입됐는가.
◆ 이재훈> 제가 솔직히 말씀을 드릴게요. 제가요, 회사에 꼭 가고 싶은 장소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거예요. 바로 구내식당입니다, 구내식당에 가면 항상 제 아이는 그 정해진) 자리에서 앉아서 밥을 먹어요. 거기 가서 선호야, 오후에는 일을 저기 있는 이거부터 시작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고 있어라. 네, 네. 밥 먹으면서..
하아.. 저는.. 제 아이를 왜 데리고 왔겠습니까? 제 아이들을 강인하게 키워보려고요, 돈의 소중함이라든지 그래서 애를 데리고 다녔던 거지 돈을 벌어오라고 데리고 다녔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결과는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그 죄책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밥 먹던 식당도 자리에 가서 무릎을 꿇고 제 아이한테 용서를 빌었습니다. 선호야, 아버지 절대 용서하지 말고 가라.
◇ 김현정> 이게... 절대로 아버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버님이 죄책감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
◆ 이재훈> 아니에요. 제가 결과는 그렇잖아요. 애를 갖다가 그냥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많이 힘듭니다.
◇ 김현정> 아버님, 힘을 내시고요.
◆ 이재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진정을 하시고요. 지금 이 상황은 우리 아들에게 우리의 친구에게 우리 가족에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버님도 힘들지만 이 일을 바로 잡고자,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세상에 외치고 계시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재훈> 맞습니다.
◇ 김현정> 꼭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다고요.
◆ 이재훈> 저는 더 이상의 산재사망사고, 이 가슴 아픈 일들이 제 아이, 이선호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하고요. 정말 여기에 관계됐던 사람들, 뼈아픈 교훈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희생자 안 나오게끔 전부 다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 김현정> 물론이죠. 네, 오늘 정말 어려운 인터뷰인데 이렇게 응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아버지.
◆ 이재훈>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힘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이재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상판에 깔려서 숨진 청년입니다.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