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대선 180일 전'으로 규정한 현재의 당헌·당규를 변경해, 국민의힘 등 야당 후보와의 본선을 경쟁력 있게 치르자는 주장이다.
5·2전당대회 전 일부 움직임에 불과했던 경선 연기론에 불을 지핀 인물은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재수 의원.
이에 현재 민주당 내 차기 대권후보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민형배 의원이 맞불을 놓는 등 자칫 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친문핵심 전재수 "민주당만의 리그 될 수 있어"
민주당 내 경선 연기론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흥행효과를 위해 당 후보 경선 시기를 뒤로 늦추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담겼다.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쟁을 1년 이상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 당원들의 후보이자 동시에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또 "국민 3천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경쟁이다.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 후보를 만들어 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 경선 과정을 쳐다만 봐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이 국내 최대 규모의 정치 이벤트인 만큼 최대한 악재는 피하면서 흥행에 성공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국민의힘보다 두 달 먼저 후보를 내고 '나홀로 레이스'를 펼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얘기다.
◇"원칙을 망가뜨리면 국민 신뢰 떨어져" 이재명계 즉각 반격
민형배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경선 연기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경선하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치 혐오에 무릎 꿇는 자세처럼 보인다. 민주당 경선은 시끄러운 싸움판이 아니다"라며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과 부산에 모두 후보를 냈고 크게 패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쉽게 버리는 정당을 주권자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나라를 경영하는 최고 법이 헌법이듯 정당을 운영하는 최고 규범은 당헌으로 지켜야 한다. 원칙을 망가뜨리는 것은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길"이라며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분들의 인물론, 야당 컨벤션 효과 등도 근거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집권여당인 만큼 후보를 중심으로 공약을 정밀하게 다듬고 국민들과 소통하면 야당보다 정책 논쟁을 주도할 수 있기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당내 갈등 비화 곤란…특정 후보 입장 아냐"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분열 조짐이 도드라지자 당내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먼저 포문을 연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대선 후보 경선 연기 주장을 전재수가 총대를 멨다. 특정 주자를 배제시키고 양성할 목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며 "현재 이재명 지사를 포함해서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는 모든 주자들은 단 한 분도 예외없이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 안에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또 "후보가 누가 되든 민주당의 후보다.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해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재명계란 수식어를 빼달라. 특정 예비주자나 특정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며 "새 지도부가 입장을 명백하게 정리해주고 당원들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 지사 측은 "말을 바꾸는 정당에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경선 연기론 자체에 부정적이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경선이 연기되면 변수가 다양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정해진 규정에 따라 경선을 잘 치르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