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택배노조는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아파트 사태 해결! 택배사 대책마련 촉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90.8%의 투표율, 77.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로써 총파업 투쟁에 돌일할 수 있는 모든 절차는 마무리됐다. 파업 돌입인원은 노동위원회 쟁의절차를 완료한 조합원 2천 명이 될 것"이라며 "총파업 투쟁을 통해 택배사가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파업 돌입 시기는 노조 위원장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나 정치권 등에서 일정하게 택배사들에게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파업이 국민에게 미치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말 불가피하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판단해 위원장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 방법도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택배사에 부담을 주는 '부분파업'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전체 택배물량의 10% 남짓 차지하는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택배노조는 "생물은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택배사에 부담을 주는 파업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고덕동 아파트 문제로 기자회견만 10여 차례 넘게 했고 20여 일 넘게 촛불집회를 진행하는 등 노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택배사에 촉구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움직이지 않는다. 비참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는 최선을 다하겠다. 그럼에도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꼭 이 문제가 파업까지 가지 않고 며칠내로 원만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덕동 아파트 택배 논란은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됐다. 약 5천 세대 규모인 이 아파트는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을 금지했다. 기존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차량'으로 바꾸거나 손수레를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전형적인 아파트의 갑질'이라며 반발했다. 저상차량은 상하차 시 노동자 건강에 심각한 무리를 주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일반 택배 차량의 화물칸 높이는 1m 80cm 인데 반해 저상차량의 높이는 1m 27cm에 불과해 허리를 펴고 상하차 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한편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아파트와 저상차량 도입에 합의해 택배기사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표이사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