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파전…삼성SDI, LG‧SK 싸우는 사이 '조용한 진격'

하반기, 에너지 밀도 높인 ‘5세대 각형’ 유럽시장 공략
‘배터리戰’ 두 회사 대비 보수적 투자기조, 전환 여부 주목
‘초격차’ 핵심, 전고체 배터리…현대차‧BMW 등과 상용화 선언

삼성SDI. 연합뉴스
삼성SDI는 LG화학(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소송전이 이목을 끌어들였던 사이 무대의 이면에서 조용히 칼을 갈았다.

같은 맥락에서 오는 하반기 유럽시장에 데뷔할 삼성SDI의 차세대(5세대) 각형 배터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시장은 테슬라를 추월할 수 있는 역량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의 주요 무대이면서 중국과 함께 전기차 시장이 현재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삼성SDI가 유럽과 중국보다 후발 주자이지만 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미국 시장에 배터리 생산 관련 투자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그간 유지해온 보수적 투자기조가 뒤바뀔지 여부 역시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시점은 현대자동차그룹과 BMW 등 최근 전고체 배터리 장착 전기차의 상용화를 2030년으로 계획한 주요 완성차 업체의 목표와 맞아 떨어진다.

◇5세대 ‘20%25’ 수치 주목…에너지 밀도↑ 가격↓

삼성SDI는 하반기부터 ‘젠(GEN. 5)’라고 불리는 신형 전기차 배터리를 선보인다.

2일 업계의 반응을 종합하면 5세대 배터리 팩(Pack) 당 출력은 64kWh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셀(cell)을 기본 단위로 셀이 모여 모듈(module)이 되고, 모듈은 다시 팩 형태로 패키징된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는 총 96개의 셀이 모여 1팩을 구성한다. 이 같은 구성에 따른 5세대의 강점은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높이고, kWh당 배터리 원가는 20%가량 낮춘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5세대 배터리를 유럽의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가 600km 이상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기준(WLTP) 주행 가능거리는 겨울철 히터를 틀고 거리를 쟤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환산하면 80% 수준으로 예측된다. 500km 안팎의 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헝가리 공장 생산 물량은 BMW 전기차에 공급된다. 또 지리적으로 폭스바겐 납품에 유리하다. 두 회사 모두 중국 CATL의 각형 배터리를 차세대 주력 배터리로 지목한 바 있어 삼성SDI가 ‘각형 채택’으로 ‘K(한국형K) 배터리’가 위기를 맞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노컷뉴스
◇유럽 ‘각형’ 브랜드化 + 미국 공장 만들지 주목

5세대 출시에 앞서 삼성SDI는 지난달 유럽연합지식재산청(UPO)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PRIMX‧PRIMUSG‧SPRIMX‧PRI-X’ 등이다. 삼성SDI가 배터리 관련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7년만이다.

이들 상표들이 의미하는 것은 삼성SDI의 신형 각형 배터리 ‘프리머스(Primus)’이다. 프리머스의 특징은 배터리소재(양극재‧분리막‧음극재)를 쌓는(스태킹‧stacking) 방식이다. 그간 마는(와인딩‧winding) 방식 대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부풀어 오르는 특성을 완화해 내구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SDI의 유럽 공략이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폭스바겐 등 각형 위주의 ‘통합형 셀(unified cell)’을 차세대 배터리로 선언한 완성차 업체들이 추구하는 셀투팩(CTP), 셀투카(CTC) 등의 방향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셀투팩은 배터리 셀 단계에서 팩으로 가기까지 모듈을 삭제한 구조이고, 셀투카는 모듈과 팩을 모두 삭제한 것이다.

각형은 셀투팩과 셀투카로 가는 과정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방식인 원통형,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파우치형 등을 제치고 표준 전기차 배터리 형식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SDI의 전략은 각형을 위주로 하면서 원통형도 생산하는 투트랙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주로 생산한다.

최근 삼성SDI는 국내 다른 두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에 비해 보수적인 운영을 해왔다. 2020년 기준 30GWh 정도의 캐파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데, LG에너지솔루션(100GWh)에 한참 못 미치고, SK이노베이션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또 경쟁사들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것에 비해 삼성SDI는 조립공장 외에 셀 생산공장이 없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SDI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이는 미국의 무관세 혜택과 관련돼 있다.

◇미래 배터리 전략…800km 기술 공개, 2027년 상용화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두 측면에서 미래의 전기차 배터리 형식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주행거리, 자율주행을 위한 전장의 확대에 따라 미래 전기차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삼성SDI는 지난 2013년부터 중장기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km,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2027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외 배터리‧완성차 업계의 목표 일정과 겹치면서 선후 시점을 경쟁하는 상황이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 BMW 등은 2025년 시범 생산 및 2030년 상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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