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어지고 가장 추운 절기에도 '영상' 기온 보였다

기상청, 109년 관측자료 바탕으로 기후변화 추세 분석
여름 20일 길어져…우리나라 온난화, 전지구 평균보다 빨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27도를 기록하며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 지난 22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기후 변화로 지난 100여년 동안 여름이 길어지고, 가장 추운 절기인 '대한'과 '소한'에도 영상 기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전지구 평균보다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09년 동안의 관측 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과거(1912~2020년)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의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봄과 여름 시작일은 각각 17일과 11일 빨라졌다. 최근 30년간 여름은 118일로 가장 긴 계절이었으며,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았다.

기온 상승 경향도 뚜렷했다.

최근 30년(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은 과거 30년(1912~1940년)보다 1.6도 상승했다. 109년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올랐고, 특히 최근 30년 봄과 겨울의 기온이 과거 30년 대비 2.1도 올라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계절별 10년당 기온 상승 폭은 봄 0.26도, 겨울 0.24도, 가을 0.17도, 여름 0.12도 순이었다.

전국에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지난 21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가벼운 옷차림의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지점별 최근 30년과 과거 30년간 기온 차는 대구와 서울이 각 2.0도, 1.9도에 달했다. 반면 목포는 0.8도에 그쳐 내륙과 해안, 도시화에 따른 기온 상승 차이가 컸다. 10년당 기온 상승 폭은 대구 0.26도, 서울 0.24도, 인천·강릉 0.2도, 부산 0.18도, 목포 0.1도였다.

연 강수량은 최근 30년이 과거 30년보다 135.4mm 많았고, 강수 일수는 21.2일 줄었다.

109년간 연 강수량은 매 10년마다 17.71mm 늘었지만, 강수일수는 감소 추세를 보여 강한 강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여름철 강수량이 10년당 15.55mm씩 가장 많이 늘었고 가을 5.16mm, 봄 1.83mm가 뒤를 이었다. 겨울은 0.65mm 줄었다. 강수일수는 전 계절 고르게 감소했다. 강수 강도는 가을(하루당 0.31mm), 여름(0.26mm), 봄(0.07mm)순으로 증가했다. 겨울의 강수 강도는 하루당 0.02mm 줄었다.

폭염, 열대야 일수는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이 각 각각 1일과 8.4일 증가했다. 반면에 한파, 결빙 일수는 4.9일과 7.7일 줄었다. 호우 일수는 0.6일 늘었다.

에어컨 실외기. 박종민 기자
24절기를 보면 모든 절기에서 과거보다 기온이 0.3~4.1도 올랐다.

겨울과 봄에 해당하는 절기의 기온 상승 폭이 높았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는 4.1도 올라 기온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장 추운 절기인 대한과 소한에도 영상 기온을 보였다. 가장 추운 절기는 대한이 아닌 소한으로 나타났다.

절기별 기온 상승 폭은 동지 4.1도, 청명 3.4도, 입동 3.3도, 대한 3.0도였다. 대한은 과거 30년 영하 2.1도에서 최근 30년 0.9도, 소한은 영하 1.2도에서 0.8도로 기온이 올랐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과 여름의 시작인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는 각각 13일과 8일 빨라졌다.

한편 109년간 전 지구에 비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0.8도 오르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6.5ppm 높은 것으로 분석돼 우리나라의 온난화·도시화가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과거 한 세기 우리나라 기후변화 역사를 되돌아본 이번 분석 결과는 다시 한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동시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 중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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