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지검장의 변호인은 이날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함과 동시에 수원지검에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자문단과 심의위는 검찰의 판단에 앞서 법률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기소가 적절한지 등을 1차적으로 살펴보는 기구다. 현직 중앙지검장이자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사실상 검찰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 그 뒷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변호인은 입장문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이 검사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 검사장이 안양지청의 특정 간부에게 전화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수사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 나머지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석은 이 지검장의 입장 발표 직후 법무부가 그동안 공전되던 차기 검찰총장후보 추천위를 오는 29일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 달 4일 윤석열 전 총장이 전격 사퇴한 이후 한 달이 훨씬 넘도록 법무부는 총장 후보 추천위를 가동하지 않았다. 4·7 재보선이 끝나고 2주의 시간이 흘러도 추천위가 가동되지 않자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추천위 개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검찰총장 인선 구도에 영향 미치는 여러 현상 있다"며 최근 상황에 불만을 나타내자 이같은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법무부의 29일 총장 추천위 개최 발표가 나오자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목적이 '불기소 권고'를 받아내는 것보다 수원지검의 자신에 대한 기소를 늦추기 위한 '시간벌기'에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뿐 아니라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심의위원을 선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심의위원 선정까지 거친다면 아무리 짧아도 2~3주의 시간은 필요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던 '관례'를 감안하면 29일 전까지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을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서 법조계 시선은 자연스럽게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의 결정에 쏠리게 됐다. 조 직무대리가 수원고검의 내심대로 심사위원회를 총장후보추천위 전에 연다면 이 지검장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수사심의위에서 만약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권고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반면 조 직무대리가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총장후보추천위 이후 심의위를 열게 한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후보로 추천되거나 차기 총장으로 선임된다면 수원지검의 수사 동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