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 김종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 어려움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헤쳐나가보려고 만든 시간이죠. 뉴노멀 뉴로맨스 오늘 우리가 만나볼 분은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중 한 분입니다. 이들의 농성 그리고 업무 복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계월 씨, 어서 오세요.
◆ 김계월> 안녕하세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해고노동자 김계월입니다.
◇ 김종대> 요즘 농성 중이신 걸로 말씀 들었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농성장?
◆ 김계월> 지금 농성장에서 왔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우리 김계월 씨 입사하신 때는 언제입니까?
◆ 김계월> 2014년 6월 5일이에요.
◇ 김종대> 그러면 7년 가까이 됐습니다. 아시아나KO 어떤 회사입니까?
◆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있잖아요. 기내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 김종대>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하면 그 당시만 해도 굴지의 항공사 아닙니까?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고 처음에 기분 좋으셨을 것 같아요.
◆ 김계월> 그렇죠. 왜냐하면 아시아나항공 그러면 그래도 또 대한항공 다음에 아시아나항공 국적기잖아요. 약간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지만 막상 들어가서 일을 해 보니 그렇게 하청이었고 굉장히 환경이 열악한 걸 깨달았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아시아나에 직고용되신 건 아니고 아시아나의 하청이고 비정규직이니까 조금 출근을 해 보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네요. 그러면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좀 여쭤볼게요. 비행기 청소 업무는 보통 어떻게 진행이 됩니까?
◆ 김계월>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입사할 때 물론 기내청소도 하지만 그 스페셜이라는 조가 있었어요.
◇ 김종대> 스페셜조.
◆ 김계월> 스페셜이라고 하는 거는 말하자면 기내 청소는 일반적인 기내 청소라고 하면 스페셜은 비행기 기내를 좀 더 구석구석 더 깨끗하게 닦아야 되는 그런 거였고. 그리고 퍼스트클래스나 비지니스 클래스 이런 거를 더 비싼 좌석이잖아요. 그런 데를 더 꼼꼼하게 닦는 파트였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박삼구 일가나 누가 뭐 어느 비행기 AC넘버가 있잖아요. 그러면 오늘 몇 시 몇 분에 어느 비행기를 탑승한다 그러면 우리 스폐셜이 가서 스페셜팀이 가서 더 청소를 더 깨끗하게 하는 우리 조였죠. 그리고 뭐 비행기 안에 볼펜자국이나 뭐 껌 자국. 엄청나게 지저분하고 이런 데를 약품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더 막 깨끗하게.
◇ 김종대> 철저하게.
◆ 김계월> 더 깨끗하게 해야 되는 그 조, 우리 스폐셜 조였어요, 그런 부서였어요. 말하자면.
◇ 김종대> 저는 비행기가 이렇게 청소도 등급이 있는지 몰랐어요.
◆ 김계월> 등급이 있다기보다 구분이 되는 거죠. 좀 더 깨끗이.
◇ 김종대> 주로 스폐셜 파트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 김계월> 그리고 저는 일 현장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비행기 안에 가지고 청소를 하려고 들어가는 용품들이 있어요. 그걸 기내용품이라고 하는데 비닐, 말하자면 오물을 담을 비닐이 있고. 롤휴지 그리고 핸드타월, 컵, 그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죠. 그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걸 가지고 올라가야지 되는 거죠.
◇ 김종대> 일일이 다 운반해서.
◆ 김계월> 그렇죠. 왜냐하면 그 비행기가 기종에 따라서 비행기 종류에 따라 큰 비행기가 있고 작은 비행기가 있잖아요. 그럼 큰 비행기에는 화장실도 많고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담당하는 비행기 용어로 갤리라고 해요, 갤리.
◇ 김종대> 갤리.
◆ 김계월> 거기 승무원이 기내식 담당하는 승무원들이 거기서 있는 데거든요. 장거리 비행기 노선은 오물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물을.
◇ 김종대> 치워야 되고.
◆ 김계월> 치워야 되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 가지고 들어가는 용품들이 더 많겠죠.
◇ 김종대> 이거 뭐 운반만 해도 중노동인데.
◆ 김계월> 그리고 특히 A380은 좌석이 495좌석이에요.
◇ 김종대> 대형이죠.
◆ 김계월> 그게 최고로 큰 거잖아요. 그 비행기는 정말 사람들이 제일 뭐라고 그럴까. 제일 하기 힘들어하는 비행기. 그 비행기를 정말 올라가기 싫어해요. 왜냐하면 장거리 유럽이나 이렇게 미국, 이런 장거리 노선이잖아요. 그러면 모포를 수거하고 다시 세팅하고 이러는 과정들이 엄청나거든요.
◇ 김종대> 그거 모포 싸면 무거울 것 같은데요.
◆ 김계월> 당연하죠. 그래서 그 비행기는 그리고 퍼스트클래스,비즈니스석 이런 데는 또 모포가 더 좋아요. 그 무게가 더 많이 나가요. 그러니까 그거를 380을 하는 그 작업은 정말 많은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너무 그런 모포 작업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힘들어요.
◇ 김종대> 단순히 청소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이런 물건 배치까지 해야 되고. 그 무거운 물건 이렇게 여성들이 옮기고 하다 보면 많이 힘들고 근골격계 질환 이런 것도 많을 것 같아요.
◆ 김계월> 정말 이루말할 수 없어요. 정말 저도 그 스페셜을 해서 맨날 이렇게 닦는 것도 해서 진짜 파스가 집 안에 종류별로 있어요. 진짜 그래도 뭔가 내가 죽는다 이런 생각은 안 하는데 아프지만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파스잖아요. 별의별 파스를 다 붙이고 거기에 진짜 무슨 이런 진통제 이런 거 먹고 일하시는 분들 되게 많고.
◇ 김종대> 그러면 힘든 거는 좀 남성들이 하고 이렇게 역할 분담 안 됩니다, 이렇게?
◆ 김계월> 그래서 끝내는 나중에 이 노조가 생긴 후에 제가 요구를 했습니다. 이게 여성들이 진짜 모포 작업하는 게 너무너무 힘들다. 그래서 제발 덕분에 이 모포 작업하는 남성들을 좀 해 달라. 그래서 그 이후로 모포맨들이 만들어졌어요.
◇ 김종대> 모포맨.
◆ 김계월> 그런데 그래도 모포맨들이 했어도 그분들이 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그렇게 다 감당하지 못했어요. 여성들이 거의 또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수년 동안 그렇게 해 온 일들이 얼마나 근골격계 시달리겠어요. 진짜 손가락이며 어깨며 어디 무릎이며 정말 다 그 고통을 호소해요.
◇ 김종대> 그런데 코로나가 닥쳤어요. 그리고 6년 동안 일한 곳에서 해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작년이죠. 해고할 때 회사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 김계월> 이게 코로나가 2월달이었잖아요. 비행기들이 외국에서 왔다 갔다 하지를 않고 이러다 보니까 당연히 스케줄이 우리가 일할 수 있는 물량이 적어지는 거잖아요.
◇ 김종대> 그랬을 것 같습니다.
◆ 김계월> 그랬을 때 그 회사가 그때 당시에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게 정부 정책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기 전에 그러니까 노사 합의를 했어요. 3월달에 그거를 공지를 딱 붙이더라고요.
◇ 김종대> 뭐라고요?
◆ 김계월>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70%의 유급을 주겠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다 여기에 동의를 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들도 그거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회사를 위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동의서를 거의 다 써서 100% 제출을 했죠. 그런데 4일 만에 딱 뒤집은 거야.
◇ 김종대> 어떻게?
◆ 김계월> 희망퇴직을 하거나 아니면 무기한 무급휴직에 서명을 하라는 공지였어요. 무기한으로.
◇ 김종대> 아니, 70% 받고 유급 조금씩 고통 분담하기로 합의했는데 나흘 만에.
◆ 김계월> 나흘 만에 뒤집은 거예요.
◇ 김종대> 무급휴직 이렇게 바꿔버렸다 이거 아니에요.
◆ 김계월> 무급 휴직도 무제한이에요. 무기한이라는 거는 기약이 없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과연 회사가 우리를 불러주겠냐고요. 그리고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저희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공지 내용에 희망퇴직을 하거나 아니면 무기한 무급 휴직에 서명하지 않으면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공지를 딱 붙인 거예요. 그랬을 때 그 기간이 일주일의 기간이었어요. 동료들이 그 공의는 정말 이루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노동자들은 사실 한 달 벌어서 생계를 이렇게 책임지고 이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고민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이렇게 보면서 굉장히 저는 사실은 분노스러웠죠. 왜냐하면 회사는 최소한 이런 위기가 왔을 때 아무런 무엇도 없이 그냥 공지만 딱딱 붙여놓고 우리한테 그런 거를 강요하는 거는 저는 부당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 김종대> 그래서 우리 김계월 씨는 동의를 안 하신 거죠.
◆ 김계월> 저는 동의를 안 했죠.
◇ 김종대> 몇 분이나 같이 동의 안 하는 데 참여하셨습니까?
◆ 김계월> 처음에는 이게 동의를 우리 안 한 조합은 10명 정도 됐습니다.
◇ 김종대> 10명 정도가.
◆ 김계월> 10명이 됐는데 그중에 2명은 서명을 안 했는데도 또 일을 시켰어요. 그분들은 김포에서 수화물 하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리고 2명은 8명이 물론 서명을 안 했는데 10명 중에서 2명은 일을 하고 2명은 그냥 해고를 맞은 상태에서 그냥 떠났고 6명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게 된 거죠. 그런데 지금 두 분이 4월 말 그리고 5월 말에 정년이세요.
◇ 김종대> 벌써 정년 되셨군요.
◆ 김계월> 정년이신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지금 대답이 없잖아요. 그 두 분의 정년이 얼마 안 남은 그 조합원들께서 곡기를 끊고 지금 단식을 하고 계세요. 지금 오늘이 9일 차예요. 오죽하면 곡기를 끊고 저렇게 단식을 하고 계실까 정말 너무 답답하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두 동지에게 빨리 그 복직 이행하는 그런 답이 나와야지 된다 생각을 하는 거죠.
◇ 김종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 김계월 씨와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우리 뉴로맨스 코너의 공식 질문입니다. 김계월 씨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김계월 씨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 김계월> 농성 천막에 매일 사람이 찾아와요. 저는 그 사람이 천사라고 생각할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왜 그러냐 하면 이 세상은 나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함께라는 이 단어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가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보면 어떤 힘도 생기고 내가 좌절하거나 이렇게 포기하고 싶을 때 사람이 함께 옆에 있다라고 생각하면 그게 굉장히 따뜻했어요. 그래서 우리 농성 천막에 늘 사람이 찾아와서 그 사람들에게 천사라고 말하는 것은 연대의 힘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 김종대> 지나가는 시민들 반응도 있죠?
◆ 김계월> 있어요.
◇ 김종대> 어떤 반응이 있습니까?
◆ 김계월> 지나가다 어떤 택시기사 한 분은 천막에 찾아오셔서 초코파이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주고 가신 분도 계세요.
◇ 김종대> 그래요.
◆ 김계월> 사실 자기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 이 천막을 보고 들어왔다고 이렇게 또 초코파이도 주고 가신 분도 있고 겨울에는 핫팩을 또 주고 가신 분도 있고요. 또 아이스크림이나 지나가는 시민이 생수도 주고 가고 또 우리들을 보고 힘내라고 파이팅도 외치고 가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 김종대> 이름 모를 시민들이.
◆ 김계월> 그렇죠.
◇ 김종대> 그럴 때 어떤 느낌이세요?
◆ 김계월> 그럴 때 굉장히 기쁘고 뿌듯하죠. 우리가 소외받지 않고 있구나. 누군가 관심을.
◇ 김종대> 함께하고 있구나.
◆ 김계월> 그런 생각.
◇ 김종대> 작지만 큰 사랑입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 김계월 씨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계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