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대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세제 정책을 뜯어 고치는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시장에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에서는 집값 안정을 위해선 최근 부각된 보유세보다는 '양도세' 조정이 먼저라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주택자 보유세‧양도세 동시 강화하는데…예상 밑도는 '절세 매물'
정부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 특히 다주택자는 오는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한층 커진다.
종합부동산세는 소유 부동산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 원을 초과(1가구 1주택자는 9억 원 이상) 경우 부과되며 0.6~3.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6월부터는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인 경우 세율이 1.2~6.0%로 적용된다.
양도세 역시 마찬가지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45%까지 높아진 상태에서 현행 10%p(2주택)~20%p(3주택 이상)의 중과세율은 6월부터 20%p~30%p로 커진다. 양도세만 최고 75%까지 물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것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매도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절세 매물' 출현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집을 매도하지 않고 '증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지난달에만 812건에 달해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문제 해결에는 양도세 완화가 먼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OECD 평균보다 '높았던' 거래세와 '낮았던' 보유세를 함께 높이 올린 게 문제"라며 종부세 과세 기준을 올리는 데 대해서는 "집값이 떨어져야 할 문제지, 기준점을 높여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다만 양도세에 대해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에 따른 물량이 나올 수 있는 올해 연말이나 2025년, 향후 택지 공급 물량 등 시점을 살피면서 양도세 부담을 덜어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중과 자체는 필요하겠지만 유예기간을 추가로 적용하는 식으로 완화하고, 다주택 보유에도 사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2주택자 등에 지나치게 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등 유연한 시각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안창남 교수 역시 "늦게나마 공급을 시작한대도 수년 뒤에야 실제 입주가 가능할 텐데, 그전까지는 양도세를 낮춰 기존 주택이 거래라도 될 수 있게 하는 게 맞다"며 "양도세 완화론은 학자들이 수년간 강조해온 얘기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예 양도세 기본세율에 중과세를 더하는 방식 자체를 폐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종합적 개편 필요할까…선거 끝나고 또 번복되는 세제 카드에 비판도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보유세든 거래세든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갈라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고쳐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양도세는 여러 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중과세가 엄청난데, 몇 채를 가졌냐가 아니라 단순히 양도수익의 크기가 얼마냐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이러한 조건에 따라 세 부담 곡선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도 문제"라며 "조세나 대출 완화 대책을, 그것도 번복까지 하면서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집값 상승에서부터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전후에 이르어서야 세제 완화론이 제기되면서 조세 정책 기조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상황이니 여당이 부랴부랴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며 "종부세 조정론 자체가 집값 상승을 인정한 결과인데, 유리한 데이터만 들고 이를 부정하던 때보다는 그래도 문제적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나은 상태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