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폭행·폭언'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가 욕설과 함께 물건을 던지거나 부서장이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 치는 경우도 있다. 지점장이 소리를 지르거나, 과장이 멱살을 잡는 경우도 있다. 모두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문을 두드린 사례들이다.
14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폭행·폭언은 올해 3월 한 달에만 72건에 달했다. 지난 1월~3월 제보를 합하면 175건이었다.
지난 3월 단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결과 직장인 13.5%가 폭행·폭언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란 매우 어렵다.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폭행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송 의원은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개표 현장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 사무처 국장 정강이를 수차례 발로 차고 욕설을 했다. 국민의힘은 사과하고 송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서 회부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법적 처벌도 마찬가지다. 송 의원과 당직자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를 적용할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마찬가지로 송 의원이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76조의 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는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지난 2월 과장에게 멱살을 잡히고 목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와 "왜 제설작업을 안 하느냐, 내가 부당지시를 했느냐"고 물었고 A씨가 "안내 방송으로 업무 협조를 요청해 직원들이 함께 제설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답한 일이 발단이 됐다. A씨가 알았다고 답하자 과장은 발로 문을 세게 차고 나갔고, A씨가 이에 항의하자 과장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폭행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A씨는 법에 따라 가해자와 분리를 요구했지만, 병원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타 부서로 발령냈다. 병원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A씨가 제주도청 감사원에 인사위원회 공정성을 신고하자, 병원은 다시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감봉 1개월로 징계를 변경했다. 올해 3월 제주지방검찰청은 가해자를 벌금 2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직장갑질 119는 "폭행·폭언은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범죄"라며 "회사는 이같은 갑질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폭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사용자, 이사, 본부장 등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자의 폭행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8조 위반으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직장에서 지위라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폭행한 자에 대해 '특수폭행' 수준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동부는 폭행·폭언 신고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단 피해를 당하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대처방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