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국가가 작동하지 않았을 때 어떤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인명 구조의 책임이 있는 국가의 공적 주체들은 참사에 적극적·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탑승자의 구조가 가능했던 시간은 허비돼 버렸습니다."(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윤경희 대외협력부서장)
"화재 경보장치도 없었고, 유증기 빼내는 환풍 장치조차 없었습니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이유입니다. 사고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10명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너무 혼란스러웠고, 실제로 유가족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지 못한 유가족도 있습니다. 사고 현장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면서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상의조차 하지 못하고 흩어지게 됐습니다."(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현장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에서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벌어진 17건의 산재 참사가 대상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2003), 용산 참사(2009), 가습기살균제 참사(2011), 세월호 참사(2014),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2016), 故 문중원 기수 사망(2019), 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2020) 등이 포함됐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살아남은 게 죄스럽다고 한 망루 농성 생존 철거민이 2019년 목숨을 끊었고, 출소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고립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유가족들은 이전의 삶이 파괴된 채 각자 삶으로 흩어지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건은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피해 당사자의 참여를 쉽게 보장하지 않는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모든 사회적 재난 참사의 경우 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늘 실패한다"며 "피해 당사자들이 그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아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우리 사회가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은 참사 재발방지와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어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모욕하고 조롱하는 행위도 부지기수로 벌어진다"며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명문화하는 기본법의 제정과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부실한 감독, 불법 인허가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면 관련 공무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에 보완돼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