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 분석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개혁에 조급했다고, 또 더러는 개혁에 미적댔다고 지적한다. 2년 전 '조국 사태'까지 별안간 소환됐다.
이견을 조율할 책임은 조만간 꾸려질 새 지도부에 맡겨진다. 다만 주류인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이 다시 전면에 설 조짐을 보이자 반발이 거세다.
◇다시 뜨는 '친문'
오는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는 '강성 친문' 4선 윤호중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3선 김경협 의원이 "윤 의원과 원내 운영 방향, 원칙에 큰 차이가 없다(CBS 김현정의 뉴스쇼)"며 출마 의지를 접으면서 '친문 단일화'가 성사됐다.
12일 오전 후보 등록과 출마 선언까지 마쳤던 '정세균계 핵심' 4선 안규백 의원도 반나절 뒤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정세균 총리 대권가도를 고려하면 친문 진영과의 경쟁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당 수습 과정이 길어질 경우 정 총리 대권에 득보다 실이 많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원내사령탑 대진표는 윤 의원과 86 운동권 출신인 '비문(비 문재인계)' 3선 박완주 의원의 2파전으로 확정됐다.
다음 달 2일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4선 홍영표 의원은 이른바 '부엉이 모임'을 주도했던 친문 핵심으로 통한다. 경쟁 상대인 5선 송영길, 우원식 의원도 친문 정체성이 홍 의원보다 뚜렷하진 않지만 '범친문'으로 묶인다.
최고위원의 경우 친문 후보 선출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중앙위원회에서 뽑기로 했지만 박주민·이재정·김용민 의원 등 강성 친문과 일부 당권 후보들까지 당원 직접 투표를 요구하자 결정이 뒤집혔다.
◇그 나물에 그 밥…쇄신 지적도 제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비교적 높은 데다 이해찬 대표 시절 당의 구심점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중심 '원팀'에 이견을 표출하면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감당해야 했다.
재보선 참패 후 이들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시됐지만 금세 힘을 잃는 모양새다. 책임론이 거세게 분출된 것으로 전해진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계파에만 집중하지 말아 달라"며 물러섰다.
당 20~30대 의원들이 어렵게 꺼냈던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 문제 역시 친문 주류에게 반박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검찰개혁의 문제를 조 전 장관의 개인적 문제와 연결해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 결과로 드러난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맞선다.
당내 비주류이자 대표적 소장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당내 경선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면 앉아서 죽는다"며 "맨날 그 사람들 나와 가지고 옛날에 자기가 한 것 (남들이) 다 아는데 전혀 아닌 것처럼 입 닫고 그러면 무슨 진실성이 있겠냐"고 성토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심으로 대표되는 의견이 너무 과다 대표돼 있다"며 "소위 강성 의원들의 의사, 일부 의원 의견이 지나치게 과다 대표돼 거기에 휘둘렸다는 점에 성찰이 필요하다.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