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성 지지자들에 당이 휘둘려 오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레드팀'이 원내에 없었고, 결국 민주당이 추진하던 개혁들이 국민들에게 외면받았다는 반성이다.
초선의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가 물러난 상황에서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기존 후보들로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오고 있다.
◇與 초선, "'조국 수호' 그만해야 한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우여곡절 끝에 총사퇴한 지 하루 만인 9일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 무리하게 후보를 낸 점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사실상 방관한 점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
초선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여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진심 없는 사과, 주어 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에겐 절대적인 존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매서운 비판은 초선의원 반성문의 화룡점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묻지마식 사과와도 눈에 띄게 다르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라고 반성했다.
재보궐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까지 논의했던 상황. 김용민 의원은 이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친문 비대위원장에 친문 당권주자…"변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전당대회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초선모임에서 "지금 당권주자들 중에 누군가 차기 당대표가 되면 국민들이 우리가 변화한다고 생각하겠느냐. 변화에 대한 의지조차 있다고 생각하겠느냐"며 "기존 당권주자는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고 참석한 복수 의원은 전했다.
현재 당권주자로는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꼽히고 있는데, 지나치게 친문 성향의 후보가 차기 당대표가 되면 이전의 지도부와 차별점이 없을 거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배경으로 친문으로 분류되던 일부 최고위원들의 입김이 있었고, 이를 김태년 원내대표가 수용하면서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마찰이 있었던 상황이다. 일부 초선의원의 지적도 강성 친문 최고위원들의 입김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맞닿아있다.
다만 도 의원은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 "일주일짜리 위원장인 데다 민주당에 친문, 비문이 어딨느냐"는 의견이 대체로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석상에서는 특정 주자들을 비토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미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당내 분란 가능성에 주의하는 것.
이소영·장경태 의원은 '향후 당권·원내대표 선거에 재보궐 참패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에게 "특정 인물을 지목하거나 그 분들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세력 교체 차원에선 의견이나 입장을 내는 것도 열어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불편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반성문? "표 의식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이에 대해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선거기간 중에 (조국 장관 비판 등) 지금처럼 사과하면 표를 얻으려고만 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았다"며 "선거가 마무리된 후에 반성이든 내부 비판이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선거 기간동안 강성 지지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수밖에 없다.
김회재 의원은 기자들에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제대로 된, 소신있고 용기있는 목소리를 초선의원들이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