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이 말하는 이른바 '진보 20년 집권론'은 희망고문에 불과함을 이번 4.7재보궐선거가 말해줬다.
'진보 20년 집권론'은 문재인 정부 탄생 2년째인 지난 2018년 11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처음 얘기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 탄생 때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진보의 역사다.
이 전 대표 발언의 취지는 이렇다.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1800년 이후 개혁 세력이 집권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밖에 없었다" "개혁정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진보 세력이 20년 이상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에 환멸을 느끼는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4, 50대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10년, 20년 뒤까지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남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들의 자녀들인 10대 후반과 20대는 물론 30대 젊은층도 지지세력으로 봤다.
촛불민심을 얻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20년 집권론'은 행복회로 속에서 잘 돌아갔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간과한 것이 있다. 영원한 민심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원한 지지층도 없다.
행복회로가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행복회로가 고장난 이유는 시대정신이라는 연료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세력의 시대정신은 내로남불이라는 모순으로 가득찼음이 드러났다.
조국 사태로 공정은 사라지고 부동산과 백신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그대로 반영됐다.
친문 순혈주의가 망친 선거 이후를 쇄신하겠다며 내세운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문이다.
집권여당은 어느 한쪽에서 스스로 위안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많은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고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투표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40대 민심이 그나마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위안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정신승리로 행복회로를 억지로 돌리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공정을 배신하고 부동산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후벼파고 백신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주지 못하는 한 집권여당의 '진보 20년 집권론'이라는 행복회로는 가동을 멈출 것이다.
20년 집권은 커녕 10년 집권도 지금 같은 현실인식이라면 불가능하다.
개혁군주였던 정조대왕을 진보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부터가 역사적 오만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