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가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수준과 방역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미 2.5단계 격상 기준을 넘어섰음에도 민생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우려해 현재의 방역 조치를 유지하는 수준의 대책만 나왔다.
◇단계격상 피하고, 유흥시설 집합금지도 지자체별 해제 가능
정부도 최근 방역상황이 심각한 점은 인식하고 있다. 최근 1주일 평균 지역사회 확진자는 559.3명으로 이미 2.5단계 기준(400~500명)을 넘어섰다.
4달 넘게 지속된 3차 유행으로 지역사회에 누적된 잠복감염이 많아 이번 유행은 1천명을 훨씬 뛰어넘는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도 1~2주 뒤에 확진자가 2배 이상 급증하는 더블링을 걱정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권덕철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4차 유행에 진입하는 초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공간에서 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이제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 없이 현행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3주간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계 격상을 통해 취해지는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로 인한 민생경제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새로 추가된 조치는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지역의 클럽 등 유흥업소를 집합금지 조치한 것이다.
그런데, 유흥업소는 본래 2단계에서 집합금지 대상인 시설이다. 정부가 유흥업소 업주들의 피해가 커지자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영업을 허가했다가 다시 집단감염이 빈발하자 영업을 중단시킨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부는 유흥업소라 할지라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시설의 경우 지자체 판단에 따라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개별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유흥시설 방역수칙 준수사항을 점검하고 있는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고, 그렇지 않고 해당 협회와 업소들이 좀 자율적으로 방역관리를 잘하면서 협조를 통해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지역적 편차를 고려해서 협조가 됐던 시도에 한해 완화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방역수칙을 어긴 시설 외에 나머지 업소들은 일률적 집합금지가 이뤄질 경우 강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3밀 환경의 감염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이날 발표된 대책은 기존 방역대책과 달라진 점이 없는 셈이다.
◇의료역량 보강 앞세우는 정부, 전문가 "버틸만 하다는 잘못된 신호"
권 1차장은 "현재 가용병상 기준으로 생활치료센터는 매일 800명, 감염병 전담병원의 경우에는 1600명,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의 경우에는 1400여 명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일 1천명의 확진자가 20일가량 연속으로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의료체계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당장 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급하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할 필요는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고 이번 조치의 연장 기간 동안에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9시로 늦추고, 거리두기 단계 격상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방역수칙 전반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유행을 꺾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의료역량이 괜찮으니 버틸만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질병관리청 등 정부 내 전문가가 앞장서 현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방역을 강화하며 국민들에게 힘들더라도 버텨보자는 메시지를 주고,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게되는 선의의 피해자에게는 별도의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