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컨테이너에서 보낸 2년…"여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②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③재난 전·후 정신질환 경험 '6.2배' 증가…자살 시도까지 ④배상금 지연에 주민 간 갈등도…더딘 일상으로의 복귀 ⑤'반짝 관심'이 더 슬픈 재난 이재민…필요한 지원책은 (끝) |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1년에 한 번은 꼭 물난리와 불 난리가 나지만, 그 규모도 천차만별이어서 대응 매뉴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지역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산불이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산불 이후 이재민이 모두 5가구 발생했는데, 2019년에는 대형산불로 고성군에서만 이재민 506가구가 발생했다. 그다음 해에는 주택 1가구만 피해가 났다.
전 고성군 주민복지실장 고광선 씨는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 때는 이재민 관리부서에서 다 담당했는데, 대규모로 피해가 날 경우 그에 따라 조립주택은 건설도시과에서 분담하는 등 대응 체계도 달라진다"며 "매뉴얼대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광선 전 실장은 "성금 배분에서도 일반 성금과 달리 지정기탁 성금은 이재민 규모에 따라 지역별로 가구당 지급되는 금액에 차이가 나 재난 지원에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재난 발생 시 지정 기탁 제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산불이나 태풍 피해 발생이어도 유형이 달라 이재민들 역시 항상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빠른 회복·복구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중간역할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민관 협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또 "재난이 발생한 이후 이재민이 겪는 고통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매뉴얼이나 제도상 허점이 분명 있는 것으로, 그 구멍을 메꿔 나가는 과정에서 이재민들도 온전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며 "재난 단계가 '예방-대비-대응-복구(회복)'로 나뉜다고 했을 때 단계별로 각 주체마다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민관이 협력하는 '마을 공동체 복원'을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에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워 회복력 제고에 나선 것이 주요 사례다. 포항 지진 이후 전국 최초로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하는 것 역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와 관련해 전국재해구호협회 재난안전연구소 라정일 부소장은 "재난 이후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재민들이 일상생활로 돌아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재해구호협회에서는 지역사회 회복을 돕는 중장기적 구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산하조직을 갖추지 못해 서비스 제공에 제한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관련해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보다 더 효과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구호 서비스 지원을 위해 지역 단위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추진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재난 이후 '반짝 관심'이 시들해진 자리에는 여전히 상처받은 이재민들이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관련 매뉴얼 정비, 민관 협력 대응, 구호 전문조직 육성 등 지원책이 마련될 때 비로소 이재민들의 눈물도 닦아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