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학번이 된 양모 씨(성신여대, 20)는 학기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대학 캠퍼스를 가 본 적이 없다. 양 씨는 "영상으로 담아낸 캠퍼스 투어를 통해 학교를 보긴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며 "대학 다니는 걸 생각하며 쇼핑도 많이 했는데 그게 다 무용지물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대신 양 씨는 카페에 가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나름 대학생활 기분을 내려고 노력 중이다.
신입생 강모 씨(성공회대, 20)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새내기 배움터는 참석하지 않았고 줌(ZOOM)으로 진행한 OT마저 일방적으로 학과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며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 씨는 또 "수업과 관련해 물어볼 사람이 없다보니 과제에 대한 공지나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 항상 불안하다"며 "에브리타임(익명 게시판)만 매일 보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가 유일한 해결책?
그렇다고 온라인 모임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과제에 대한 공지사항 등이 주로 논의될 뿐 사적인 대화가 거의 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강 씨는 "강의실에서 직접 만났다면 친해졌을 텐데 비대면인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사진만 갖고도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도 한다. 중앙대를 나와 연세대에 입학한 김모 씨(연세대, 23)는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에 저장되어 있던 예전 대학교 정문 사진을 보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서로 생활이 달라 약속 잡는 것이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한 번의 만남으로 끝이 났다"며 "자주 마주치지 못해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든 단발적 인간관계가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 수능 넘었더니…단절된 코로나 학번
대학 측에서는 입학 증서와 함께 대학교 굿즈들이 담긴 '합격 키트'를 보내 대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동시에 소속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등 신입생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서는 지난 12월, 예비21학번 2,835명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 후 이루고 싶은 캠퍼스 로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행한 결과, 96.6%가 '로망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복수응답을 토대로 '대학 축제'가 40.4%로 1위를 차지했고 'OT 및 MT'가 34.1%로 2위를, '과팅 및 소개팅 등 새로운 만남'이 28.5%로 3위를 기록했으며 '장학금 받기', '교내 카페, 근로장학생 등 아르바이트'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캠퍼스 로망은 고사하고 학창 생활을 함께할 친구찾기 마저 버거운 상황. 코로나 사태로 고3 수험생 시절 등교 수업이 중단되고 수능마저 연기되는 등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은 '코로나 학번'들은 이제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잃어버린 21학번'으로 불리고 있다.